"저희는 계약률이 78%를 넘었습니다. "

지난 4월 김포한강신도시 동시 분양에 참여했던 A사 관계자는 계약률을 묻자 수치에 대한 상세 설명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수요 부진으로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주택시장을 감안하면 78% 계약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김포에서 동시 분양에 나섰던 3개 건설사는 공급 물량이 몰린 탓에 청약접수 직후 이뤄진 초기 계약 때 계약률이 낮아 골머리를 앓았다. A사는 중대형 아파트가 많아 최근에야 계약률 50%를 넘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포한강신도시 중대형 아파트가 78% 계약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계약률 부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 광역시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분양한 B사는 관할 구청에 신고한 수치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계약률로 홍보하다 적발돼 최근 구청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포인트 정도는 더해서 발표하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계약률을 부풀려 얘기하는 이유는 잔여 가구 판매량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계약률이 높으면 해당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고 향후 아파트 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인식돼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계약률 부풀리기를 통해서도 아파트가 모두 계약되지 않은 단지에선 문제가 심각해진다. 경기지역 한 미분양 단지에 입주한 김모씨는 "계약 당시 분양률이 75%라는 분양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입주했는데 들어와 보니 실제로는 50%도 안 됐다"며 "저녁에는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