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인데 또 임금 인상"…속병 난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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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5% 올라…5년째 남북합의 최대폭 인상
입주社 "생산성 악화…인력·인프라 확충해야"
입주社 "생산성 악화…인력·인프라 확충해야"
1일부터 개성공단 임금이 5%가량 인상될 전망이어서 입주 기업들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대다수 개성 진출 기업은 생산성 둔화로 적자 규모가 커지거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임금이 5년 연속 5% 인상돼 2003년 처음 진출할 당시에 비해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31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개성공단 임금협상은 8월 초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인상된 임금은 1일부터 소급 적용될 예정이다.
북한은 올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남북이 합의한 최대폭인 5%의 인상을 요구해왔고 북측을 자극하기 싫은 입주 기업들은 이를 수용,올해는 최저임금(기본급)이 월 64달러로 타결될 전망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과 관리비,사회보험료 등을 합하면 100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2003년의 최저임금은 월 50달러였다.
한국경제신문이 실적을 공개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7곳이 적자를 봤으며 이 중 4곳은 전년보다 손실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기업들은 매출은 늘었지만 그에 따른 비용 증가폭이 더 크고 불량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좋은사람들 개성공장은 지난해 매출이 15억원으로 전년보다 1억원가량 늘어났지만 손실은 1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억1000만원으로 더 커졌다. 쿠쿠전자 개성법인도 매출이 3배 이상 늘었지만 손실액은 9억90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확대됐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통일부는 개성공단 생산액이 계속 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외주 가공비 인상과 북측 근로자 증가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다"며 "실제 입주 업체들은 재무 상황이 악화돼 80% 이상이 전년보다 부채가 늘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2008년 이후 입주한 기업들은 제대로 인력과 설비를 갖추기 전에 기숙사 건립이 좌초된 데다 지난해 체류 인원 축소와 투자 확대 금지 등을 담은 5 · 24조치가 발효되면서 가동률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차라리 퇴로를 열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연평도 해전 등으로 숨죽였던 업체들은 최근 남북 관계가 해빙 국면을 보이자 인력난 해소와 인프라 개선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 수는 4만6000여명으로 업체들이 요구하는 7만명에 한참 모자란다. 그나마 소속돼 있는 근로자들도 결근율이 10~30%에 이른다. 최근에는 북한 지역 수해로 남자 근로자들이 도로 보수 등에 차출되면서 생산 차질이 더 심각해졌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500명이 필요한데 330명을 배정받았고 이 중 260여명만 출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정체되면서 한층 열악해진 인프라도 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4만6000여명이 매일 250대의 버스로 비포장 도로로 출퇴근하는 상황"이라며 "기숙사 건립이나 도로,교통편 개선 없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