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공포지수'는 패닉 아닌 조정 후 상승에 '무게'
8월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 정말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냐'다. 2일까지 미 정치권이 부채 한도 조정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에 빠진다. 미국 증시와 세계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2일을 전후해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은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미국이 디폴트 위기를 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8월 국내 증시는 상승 모멘텀을 찾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8월 코스피지수 저점을 2000,고점을 2450선으로 전망하며 추가 상승 쪽에 무게를 뒀다.

◆'미국 리스크' 제외하면 양호

'코스피 공포지수'는 패닉 아닌 조정 후 상승에 '무게'
7월 코스피지수는 1.54%(32.52포인트) 상승했다.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덕분이다. 8월 증시는 미국 정치권의 부채 한도 협상 결과와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단순히 부채 한도 확대 문제가 아니라 협상 결과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 한도 조정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디폴트 위기를 제외한 글로벌 증시 환경은 괜찮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실망스러웠지만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월 이후 가장 적었고 6월 잠정 주택판매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일본은 3월 대지진 이후 제조업 · 서비스업 생산,설비 투자,소비 등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V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글로벌 증시의 불안 요인이던 남유럽 재정위기도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비)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2개월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이 디폴트 위기만 넘기면 증시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차분한 '공포지수'

파생상품 투자자들은 미국의 부채 한도 조정협상이 성공할 것에 베팅하고 있다. 한국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29일 21.0으로 이틀 연속 오르며 10일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7월 평균치인 18.4보다 14.1% 높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이나 지난해 그리스 파산 위기,천안함사태 때와 비교하면 차분한 수준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S&P500 변동성지수(VIX)는 29일 25.3으로 5일 연속 올랐지만 미래 VIX값을 거래하는 VIX 선물 가격은 8월물을 포함,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와 S&P500 VIX는 올 3월 일본 대지진 때 각각 25.9와 29.4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내수소비재업종 주목

'코스피 공포지수'는 패닉 아닌 조정 후 상승에 '무게'
막바지에 이른 2분기 기업 실적 발표도 8월 증시의 변수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매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등 기업들의 성장세는 살아있다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탄탄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내수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내수주와 소프트웨어를 8월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삼성증권도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과 함께 내수소비재를 유망 업종에 포함시켰다. 교보증권 역시 유통 음식료 건설 등 내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류 신발 음식료 업종은 2분기 들어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부문에서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까지 고려할 때 당분간 내수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8월 코스피지수가 2450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손성태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