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월街 내 '3大 폭락설'…최근 왜 다시 주목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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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주가·달러값 동반 하락…위기 때 '자동안정조절기능' 필요
선진국 재정위기,신흥국 인플레이션 등 이른바 '애프터 크라이시스(after crisis)' 문제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월가 내 비제도권을 중심으로 거론돼 왔던 미국 경기와 주가,달러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3대 폭락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활발하게 거론됐던 비관론은 해리 덴트의 '미국 경제 대공황설'이다. 국내에서도 '버블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덴트는 전후 핵심 소비계층인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0년 이후 미 경제는 장기간 불황에 빠지고 다우지수는 3800선까지,부동산 가격은 40~6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로버트 프렉터의 '미국 증시 폭락설'도 시선을 끌고 있다. 월가에서 차트 분석가로 알려진 프렉터는 장밋빛 낙관론과 신용 팽창에 따라 투기장화된 미 증시는 궁극적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2003년부터 주장해 왔다. 리먼사태 직후 3대 지수가 절반 정도로 급락함에 따라 이 설에 대한 믿음이 의외로 강했다.
주간 경제지 '데일리 레커닝'의 편집장인 에디슨 위긴은 미국처럼 소득에 비해 소비가 훨씬 강해 빚만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달러화가 중심통화 지위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달러의 제2통화 전락설'을 주장해 왔다. 이번 위기로 재정 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이미 달러화를 대체할 중심통화의 필요성이 구체화될 만큼 이 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3대 폭락설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3대 폭락설이 얼마나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덴트의 미 경제 대공황설은 인구통계학 이론에 바탕을 뒀다. 하지만 갈수록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신흥국에 비해 미국의 위상을 훨씬 높이 본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 등은 2010년대에는 중국 인도 등의 젊은 인구에 의해 미국 경제가 지탱될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했다. 이민법 등을 잘 손질해 해외 고급인력을 적극 유치할 경우 미 경제는 자체적인 인구통계학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얼마든지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프렉터의 미 증시 폭락설은 장기 경기변동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콘드라티예프의 파동'이다. 1920년대 러시아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철도 전기와 같은 대발명은 50년을 주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 나라 경기도 40~60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하지만 이 이론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20년대와 지금은 다르다. 증강현실 시대가 현실화됨에 따라 모든 경제활동의 주기가 짧아지는 이른바 '경기순환의 단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도 이 장기변동이론이 힘을 잃은 지 오래됐고,극단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이론에 동조하지 않는다.
위긴의 주장대로 새로운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단계가 전제돼야 한다. 먼저 해당 국 통화가 믿을 수 있는 신뢰가 구축돼야 하고,이를 바탕으로 외환보유와 각종 결제에서 비중을 늘려나가는 단계를 거쳐야 중심통화로 정착될 수 있다.
특정 통화가 이 두 단계를 거쳐 중심통화가 되려면 아무리 빨리 잡아도 한 세대는 거쳐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최근 들어 위안화의 국제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중심통화 지위를 내주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처럼 악재가 잇달아 터져 나올 때는 '비관론의 덫'에 빠질수록,조금만 악재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면 '낙관론의 환상'에 젖을수록 예측력이 떨어지는 오류를 범한다는 점이다. 특히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주가 예측 시에는 이 오류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다른 경제행위와 마찬가지로 예측을 하는 기관과 개인들도 경기와 주가가 좋을 때는 경계하고,좋지 않을 때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동안정조절기능(stabilizer)'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내판 역할을 해야 할 기관과 사람들이 좋을 때 더 좋게 보고,나쁠 때 더 나쁘게 본다면 경기 진폭과 주가변동성이 커져 그만큼 경제와 투자행위를 어렵게 한다.
각종 위기설은 지나고 나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위기설이 나돌면 경제주체들이 의식적이든,무의식적이든 예방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 등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드는 3대 폭락설의 근거는 면밀히 따져봐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금융위기 이후 활발하게 거론됐던 비관론은 해리 덴트의 '미국 경제 대공황설'이다. 국내에서도 '버블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덴트는 전후 핵심 소비계층인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0년 이후 미 경제는 장기간 불황에 빠지고 다우지수는 3800선까지,부동산 가격은 40~6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로버트 프렉터의 '미국 증시 폭락설'도 시선을 끌고 있다. 월가에서 차트 분석가로 알려진 프렉터는 장밋빛 낙관론과 신용 팽창에 따라 투기장화된 미 증시는 궁극적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2003년부터 주장해 왔다. 리먼사태 직후 3대 지수가 절반 정도로 급락함에 따라 이 설에 대한 믿음이 의외로 강했다.
주간 경제지 '데일리 레커닝'의 편집장인 에디슨 위긴은 미국처럼 소득에 비해 소비가 훨씬 강해 빚만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달러화가 중심통화 지위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달러의 제2통화 전락설'을 주장해 왔다. 이번 위기로 재정 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이미 달러화를 대체할 중심통화의 필요성이 구체화될 만큼 이 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3대 폭락설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3대 폭락설이 얼마나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덴트의 미 경제 대공황설은 인구통계학 이론에 바탕을 뒀다. 하지만 갈수록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신흥국에 비해 미국의 위상을 훨씬 높이 본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 등은 2010년대에는 중국 인도 등의 젊은 인구에 의해 미국 경제가 지탱될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했다. 이민법 등을 잘 손질해 해외 고급인력을 적극 유치할 경우 미 경제는 자체적인 인구통계학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얼마든지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프렉터의 미 증시 폭락설은 장기 경기변동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콘드라티예프의 파동'이다. 1920년대 러시아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철도 전기와 같은 대발명은 50년을 주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 나라 경기도 40~60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하지만 이 이론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20년대와 지금은 다르다. 증강현실 시대가 현실화됨에 따라 모든 경제활동의 주기가 짧아지는 이른바 '경기순환의 단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도 이 장기변동이론이 힘을 잃은 지 오래됐고,극단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이론에 동조하지 않는다.
위긴의 주장대로 새로운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단계가 전제돼야 한다. 먼저 해당 국 통화가 믿을 수 있는 신뢰가 구축돼야 하고,이를 바탕으로 외환보유와 각종 결제에서 비중을 늘려나가는 단계를 거쳐야 중심통화로 정착될 수 있다.
특정 통화가 이 두 단계를 거쳐 중심통화가 되려면 아무리 빨리 잡아도 한 세대는 거쳐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최근 들어 위안화의 국제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중심통화 지위를 내주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처럼 악재가 잇달아 터져 나올 때는 '비관론의 덫'에 빠질수록,조금만 악재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면 '낙관론의 환상'에 젖을수록 예측력이 떨어지는 오류를 범한다는 점이다. 특히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주가 예측 시에는 이 오류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다른 경제행위와 마찬가지로 예측을 하는 기관과 개인들도 경기와 주가가 좋을 때는 경계하고,좋지 않을 때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동안정조절기능(stabilizer)'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내판 역할을 해야 할 기관과 사람들이 좋을 때 더 좋게 보고,나쁠 때 더 나쁘게 본다면 경기 진폭과 주가변동성이 커져 그만큼 경제와 투자행위를 어렵게 한다.
각종 위기설은 지나고 나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위기설이 나돌면 경제주체들이 의식적이든,무의식적이든 예방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 등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드는 3대 폭락설의 근거는 면밀히 따져봐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