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반기 히트 상품의 비밀


[Special ReportⅠ] 명확한 타깃·새로운 가치 ‘일본열도 달구다’

2011년 일본의 상반기 히트 상품이 발표됐다. 지진 피해와 내수 침체가 소비 의욕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악재 환경 속에서도 히트 상품은 어김없이 탄생했다. 피해 공유, 맹서 극복 등 지진 특수가 뚜렷이 목격됐고 일부 제품은 타깃 고객을 공략해 주머니를 여는데 성공했다. 히트 상품은 많은 걸 시사한다.

일본의 히트 상품은 그 자체가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면서 미래를 지배할 유력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기관인 유통 전문지 ‘닛케이MJ’의 히트 상품 헤드카피는 ‘지진 피해로 세상을 위한 소비 부각’으로 요약된다.

지진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생활 스타일 변화에 대응한 상품과 서비스가 랭킹 상위에 오른 결과다. 히트 상품은 소비권역을 간토(關東)·간사이(關西)로 나눠 각각 발표된다. 국민 스포츠인 스모의 고유 랭킹에 비유해 등급이 매겨진다.

상반기 히트 상품의 특징은 1위(요코즈나=챔피언)가 없다는 점이다. 미증유의 지진 영향으로 소비 의욕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가 연거푸 연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위가 없는 랭킹 발표는 20년 만의 일이다.

사실상 챔피언인 2위(오제키)권은 이른바 ‘절전 도구’로 요약된다. 선풍기나 햇볕을 가리는 발 등 로테크 제품이 지진 이후 각광을 받았다. 서머타임 도입으로 새로운 매출 기회를 잡은 ‘애프터 4 판촉’도 동률 2위권으로 기록됐다. 3위권(세키와케)은 ‘페이스북’과 ‘시원한 느낌(凉感)의 의류’로 집계됐다.

4위권(고노스비)은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역과 백화점의 결합’이 선정됐다. 5위권(마에가시라)은 해당 제품이 비교적 많다. 그중 서울막걸리와 메이드인 도호쿠, 자원봉사 여행, 해적, 고마리치, 토닝 슈즈, 쇼트 노트 등이 비교적 많은 표를 얻었다. 표는 적었지만 ICZ-R50(라디오)과 나마 라무네 등 특정 계층 공략에 성공해 히트 상품에 오른 제품도 적지 않다.

우선 상반기 소비 트렌드부터 살펴보자. 내수 시장의 최대 이슈는 역시 경기 침체다. 짧게는 금융 위기와 길게는 버블 붕괴 이후 내수 침체는 소비 트렌드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였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전체적인 소비 전선에 먹구름이 낀 상태였다.

그나마 2010년을 분기점으로 가시적인 경기 회복이 목격돼 연초 분위기는 맑았었다. 2011년엔 회복세가 완연한 가운데 ‘전약후강(前弱後强)’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대형 복병이 이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지진 피해와 원전 사태다. 재난 이후 소비시장은 크게 지진 특수와 특정 계층 공략 상품이 주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반기 히트 상품은 특정 고객의 눈높이와 제품 성격을 맞춘 게 특징이다.

요컨대 시장 세분화(Segmentation)와 타기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의 전략이 먹혀들었다. 여기에 지진 피해 복구 과정에서 부각된 고통 분담과 윤리 소비 등도 가세했다.

절전 도구

2011년 여름 일본 열도의 화두는 ‘절전’이다. 지진 발생 이후 절전 대책이 개시되면서 에너지 절약 붐과 맞물린 덕분이다. 정부도 여름 전력 사용량을 15% 줄이는 조치까지 발표했다.

이 와중에 절전이 가전·인테리어 교체 이유로 부각되면서 히트 상품에 올랐다. 에너지 절약의 선두 주자인 절전형 에어컨과 선풍기 등의 판매가 급증했다.

좀 덜 시원해도 고통 분담과 원전 반성에서 구매 의욕이 높다. 선풍기는 내놓자마자 품절 사태다. 예약 판매까지지 등장했다. 5월 가전 판매량은 11년 만의 최대치다.

전력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발전기 수요도 증가했다. 전통적인 여름 상품도 부활했다. 햇볕을 막아주는 발(簾)이나 여름 장식품 후링(風鈴) 등의 판매가 순조롭다. 발은 전년 대비 3~4배 늘었다. 보온병·돗자리 등의 판매 행진도 파죽지세다.

이 밖에 천장과 벽에 거는 식물을 활용한 ‘녹색 커튼’ 등 소비 전력 제로를 지향한 상품이 대거 출시됐다. 최근엔 절전 맥주(기린맥주)까지 출시됐다. 티백 형태로 얼음에 타 먹는 캔 맥주다. 절전용 아이디어 상품 출시는 한마디로 봇물이 터졌다.

애프터 4 판촉

서머타임 도입으로 오후 4시 퇴근 제도가 확산되면서 히트 상품에 올랐다. 절전 사태가 샐러리맨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게 계기가 됐다. 실제 많은 업체가 기존 근무 형태(주5일 9~6시)를 다양화하고 있다.

애프터 4 판촉은 일찍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제(7~4시)를 노린 판촉 전술이다. 접객 시스템을 오후 4시부터 적용함으로써 외식·서비스업 등의 새로운 판매 기회로 연결하자는 개념이다.

이온(유통업체)의 제3의 맥주(바리얼)가 대표적이다. 병당 88엔의 저가 메리트가 먹히며 수요 창출로 연결됐다. 커뮤니케이션 중시와 결합된 ‘집에서 값싸고 가볍게 마시기’의 강조다.

서머타임으로 개점 시간을 앞당기는 건 이제 외식 업계의 상식이 됐다. 보통 오후 5시 30분이던 개점 시간을 4시로 옮기는 추세다. 4~6시 내점객에게 인기 음료를 절반 가격에 제공하는 것도 유행이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다만 유독 일본에서만큼은 상륙 초기(2008년)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토종(mixi)의 우위가 확고했다.

조사 기관에 따르면 인터넷 인구의 2%만이 회원으로 등록했었다. 하지만 지진 발생 이후 연락 두절은 페이스북의 진면목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긴급사태 때 지인·가족과의 연결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 유사시에 대비한 페이스북 가입 수요가 최근 급증했다. 지진 당시 트위터는 정보 수집에 활용된 반면 페이스북은 안부 확인을 위한 통신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사 기관(IMJ모바일)은 지진 때 트위터(79%)와 함께 페이스북(62%)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감춰진 광범위한 영향력에 자연스레 주목한 경우도 많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인 웹 3.0 시대의 유력 카드로 손색이 없어서다. 일본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최근 400만 명을 넘어섰다.

시원한 의류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하는 청량감을 더해주는 의류(感衣料)가 인기다. 일종의 절전 도구로 열도 더위를 달래줄 대안으로 자주 거론된다. 기능성 속옷에서부터 집에서 입는 잠방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받았다.

통기성이 좋은 와이셔츠와 접촉 순간 냉기를 느끼는 속옷과 이불 등이 대표적이다. 원래는 스포츠 의류에 주로 사용되는 신소재였던 게 확대·적용됐다. 땀 등 수분을 흡수하면 실이 저절로 움직여 섬유 간극을 넓혀줌으로써 공기를 유통시키는 원리다.

올해는 절전 대책으로 실내 온도 설정 기준이 높아진 사무실이 많아 샐러리맨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대형 마트 등은 관련 기능성 의류를 전년보다 70% 이상 늘렸다. 냉각 시트 생산량도 1.2~3배 증가했다. 속옷 메이커 와코루의 ‘헤야테코’와 유니클로의 ‘사라핀’ 등이 주로 시원한 의류를 생산해 재미를 봤다. 최근엔 잡화 등에까지 시원한 느낌의 소재 제품이 인기다.

안드로이드 단말기

스마트폰의 세계적인 확산과 지진 재해 등으로 정보 갈망 욕구가 어울려 히트 상품이 됐다. 휴대전화용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 등을 한데 묶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2007년 공개된 이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컴퓨터의 윈도에 비유할 수 있는데 휴대전화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면 인터넷·메신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기타 기기와의 연동성도 좋다.

경쟁 체제와 달리 완전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반 기술을 모두 공개한 게 특징이다. 일본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단말기 출하 대수가 애플의 아이폰을 능가했다. OS별 점유율은 안드로이드(57%)가 아이폰(38%)보다 높다.

아이폰이 시장을 리드했지만 NTT도코모와 KDDI 등이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투입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적외선 통신과 지상파 DMB(원세그) 등이 부착된 일본 제품이 인기를 얻었다.

역과 백화점의 결합

최근 JR오사카 및 하카다역 건물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관심을 받았다. 많은 유동인구로 집객 효과가 탁월한 역세권에 백화점 등 유통 시설을 배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전략이다.

도쿄권역이야 이미 하나의 유력 트렌드로 정착됐지만 간사이 지역은 다소 늦었다. 소비자가 있는 곳에 시장이 생긴다는 논리와 같다. 실제 원거리에서도 손님이 몰려들 정도로 터미널역의 판촉 강화가 돋보인다. JR도 부동산 임대 사업을 통해 누적 적자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적극적이다.

서울막걸리

개발 단계부터 여심 공략에 성공했다. 제조(서울탁주제조협회)와 관리(롯데주류) 및 판매(산토리)의 삼각 논의를 통해 일본 여성의 음주 취향에 맞춰 미각을 설계했다.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많다고 알려지면서 영양 만점 상품으로 유명하다.

막걸리 열풍에 불을 지핀 진로재팬의 분위기 조성도 한몫했다. 2011년 막걸리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3월 22일 시판 직후부터 대단한 인기몰이에 나섰다.

판매사인 산토리의 기존 인기 음료(캔 추하이)보다 고가(208~228엔)로 내놨지만 가격 장벽은 없었다. 발매 2개월 만에 연간 판매 목표량을 100만 상자로 상향 조정했다(애초 35만 상자). 결정적인 성공 변수는 마케팅이었다.

주요 타깃인 여심을 공략하기 위해 눈높이에 맞춘 시음 이벤트를 자주 개최해 브랜드 소개에 나섰다. 용기에도 ‘부드럽고 시원한 맛’을 강조해 어필했다. 무엇보다 한류 열풍의 차세대 스타로 승승장구 중인 ‘장근석’을 광고에 기용한 게 여성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성 고객들 사이에선 ‘장근석 막걸리’란 애칭으로 불린다. 대형 재난으로 활기를 잃은 내수 시장에 작은 즐거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메이드인 도호쿠(東北)

지진 피해가 심각했던 도호쿠지역 생산 제품을 구입해 피해지를 응원하자는 소비 운동에서 비롯됐다. 도쿄 등 안테나숍 및 토속 제품 전시회 등과 인터넷 통판 등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부 백화점은 아예 전용 매장을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지역은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3개 지자체다. 굳이 성금을 내기보다 일상적인 소비 활동으로 그들을 응원하자는 차원에서다.

먹을거리는 지나친 풍평(근거 없는 소문) 피해를 경계해 안전기준을 통과한 것이라면 피해 지역 출하 상품을 우선해 소비하자는 캠페인이 돋보였다. 야채·어류·과일 등이 그렇다. 대표적인 풍평 피해 대상 품목인 전통주도 시음회 등을 통해 소비 촉진에 가세했다. 언론에 주목을 받은 건 의류 제품이다. 피해 지역 봉제 공장에 주문량을 유지·확대한 응원 차원의 거래·주문이 증가하면서 지역 재건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자원봉사 여행

야간 버스로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해 청소 등 자원봉사에 나서는 범국민적 캠페인이 히트 상품에 올랐다. 지진 이후 50일 동안 연인원 13만 명이 자원봉사에 참가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여름휴가를 맞아 봉사 활동에 나서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단독으로 자원봉사에 나서기보다 그룹 형태로 봉사 활동에 나서는 게 여러모로 유리해 이를 총괄하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자칫 현지 부담을 늘리고 도로 정체 등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지 교통과 숙박시설 등을 한데 엮어 주선해 효율적이다. 일부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와 주변 관광을 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인근의 세계 유산 후보 등의 관광지를 포함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마리치

건강 음식인 참깨(고마)를 풍부하게 사용한 후리카케(가루 모양으로 뿌려먹는 식품)다. 밥이 아니라 면에 뿌려먹는 것도 인기다. 참깨를 70%나 넣어 건강식으로 관심이 높다.

지금까지 참깨를 주원료로 한 후리카케는 참깨소금밖에 없었는데 이는 밋밋한 색감이 단점이었다. 그런데 고마리치는 화려한 색채로 인기를 끌었다. 생선·매실 등 색감 식재를 파우더로 만들어 참깨에 덮음으로써 외관과 맛 모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부동의 고객 계층인 어린이는 물론 건강을 챙기려는 중·장년에까지 어필했다. 고마리치는 식품 메이커 미쓰칸의 대박 상품이 됐다. 출시 이후 1개월 판매량이 120만 상자를 넘어 애초 계획을 180% 초과 달성했다.

해적

영화 ‘캐리비안 해적 4’의 개봉이 일본 열도를 달궜다. 상반기 전 세계 흥행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실의에 빠진 일본인에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줘 인기를 모았다. 단시간에 관객을 400만 명이나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부제인 ‘생명의 샘(한국에선 낯선 조류)’이라는 특정 목적지를 위해 고비를 극복하는 스토리가 먹혀들었다. 불안한 항해와 돌발 갈등 등은 지진 사태 이후 일본이 걸어야 할 길과 유사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만화 ‘원피스’ 열풍도 해적 트렌드를 유행시키는데 한몫했다. ‘원피스’ 행보는 신기록 경신 자체다. 1권 발매 14년 만에 판매 누계 2억2000만 부를 돌파했다. 최신호(61권) 초판 발행부수는 380만 부를 기록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한 일본이 주인공(루피)에게서 바람직한 지도자 이미지를 갈구했다는 평가가 있다.

나가토모 유토(長友佑都)

일본 국가 대표 축구 선수다. 몸집이 작으면서도 이탈리아의 강호 인터밀란에서 맹활약 중이다. 아시안컵 통상 4회 우승을 이끈 수비수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인터밀란 입단자다.

공수를 넘나드는 과감한 플레이는 팀의 승리에 불가결하다는 호평이다. 그의 모습이 용기가 필요한 일본에 큰 동기를 제공했다며 네티즌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저서인 ‘일본남아’는 한때 오리콘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운동선수의 저서가 1위에 오른 건 최초다. 하루 1만 부씩 팔리는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토닝 슈즈

신고 걷는 것만으로 하반신을 운동시켜 주는 운동화로 알려졌다. 신는 것만으로 몸매가 달라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인기 중이다. 몸매 보정 기능을 강조한 운동화다.

힘이 적용되는 하반신 근육을 자연스레 자극시켜 엉덩이·허벅지·종아리의 근육운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근육 활동은 29% 늘어나고 칼로리 소모량은 10%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리복 제품이 불을 지폈으며 이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 2010년 본격적인 출시 후 2011년 약 500만 족, 300억 엔의 시장 규모가 예상된다.

포켓 더블 슈즈

접이식의 고급 휴대용 신발이다. 비상 시기 때 상비 신발로 제격이라는 평가 속에 빠르게 입소문 중이다. 실제 지진 당시 도쿄에선 교통마비로 하이힐을 신고 귀가하던 여성 직장인이 많았다.

신발 가게의 운동화가 품절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후 가방에 넣어 다니는 작고 가벼운 신발 수요가 급증했다. 사무실에서 신을 수도 있어 범용성도 갖췄다.

접이식 휴대 신발은 이렇게 탄생했다. 접으면 손바닥 사이즈로 백화점·인터넷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고가의 브랜드 상품까지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원조는 2009년 런던가다.

쇼트 노트

육필 메모를 아이폰에서 디지털로 전환·기록하도록 개발된 문구 상품이다. 출시 4개월 만에 연간 판매 목표치를 달성해 화제를 모았다. 콘셉트는 ‘손으로 쓴 메모를 손쉽게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강조·어필됐다.

메모를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것만으로 보존·정리가 간단히 완성된다. 애플리케이션이 사이즈와 컬러 보정을 자동적으로 수행해 화면으로 옮겨준다.

노트 위쪽의 일시·번호도 자동적으로 읽혀진다. 회사는 “쇼트 노트는 일종의 차세대 문구 상품으로 지식 생산성의 향상 도구로 폭넓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격은 336엔에서 630엔으로 저렴한 편이다.

파인픽스(FinePix) X100

지난 2월 데뷔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다. 1230만 화소의 고화질을 실현해 국내외 마니아로부터 주문이 쇄도했다. 3월부터 예정 수량을 웃도는 주문 공세가 계속되면서 회사가 공급 부족을 사과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아날로그 자동 초점 필름 카메라의 외형을 살린 클래식한 디자인에 최고급의 하이브리드 사양을 갖춰 출시 이전부터 마니아 그룹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인데도 과거 회귀 욕구에 눈높이를 맞춰 디자인에 현대적 감성을 씌우지 않은 게 포인트였다. 외견만 보면 아날로그로 보이기 십상이다. 전체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합쳐진 최고의 카메라”라는 평가가 많다. 가격은 약 13만 엔대로 후지필름이 수혜 기업이다.

ICZ-R50

어학 학습에 특화된 라디오다. 재난 피해 대비 수요가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긴급사태 때 피난 정보 등을 구할 필수 품목으로 인식된 결과다. 재난 이후 꾸준히 팔려나가며 일부 매장에선 품절을 빚기도 했다.

예약 주문도 쇄도 중이다. 타깃 고객은 주로 40대 이상이다. 기존 제품에 비해 새로운 추가 기능이 별로 없는 대신 사이즈는 커졌다.

이들이 주로 집에서 라디오를 듣는다는 점에 주목해 수신 감도를 높여 불편함을 없앴다. 어학 기능을 강조한 것도 어필했다. 프로그램을 최대 20건까지 녹음하는 타이머 예약 기능을 탑재했다.

조작법은 단순하다. 버튼 하나면 3초 전으로 이동하고 속도를 늦추면 천천히 들을 수도 있다. 프로모션은 주로 어학 학습 기능에 맞춰져 진행됐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라디오 강좌 등을 다루는 전문 잡지에 광고를 집중했다. 2월에 출시됐지만 지진 이후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시판 1개월 판매량이 애초 예상의 3배가 넘었다.

나마(生) 라무네

타깃 선정에 성공해 대박을 낸 대표 사례다. 여고생에 초점을 맞춘 과자로 온도 변화에 따라 식감이 변해 인기가 높다. 2010년 하반기에 일부 한정 판매로 입소문 효과를 봤다.

한정 판매 이유는 명확한 타깃 설정을 위한 실험 무대였다. 여고생과 여성 샐러리맨 중 누가 구매 파워가 높은지 조사했다. 결과는 여고생의 승리였다. 이후 이들을 공략한 판매 마케팅이 시작됐다.

틴에이저를 노린 까닭에 청소년 잡지에 광고 물량을 집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정 판매 대신 판로 확대를 통해 수요 증가에 대응했다. 3월 현재 출시 6개월 만에 판매액이 3배가 넘었다. 몇몇 언론이 주목하면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17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