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추락 조종사 거액 보험 가입 미스터리

● 보험료만 年3000만원…고의성 있나

블랙박스 분석결과 따라 30억 보험금 못 받을 수도…법정서 해결 가능성 높아

지난 28일 제주도 인근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기장이 올 6월 집중적으로 종신보험 등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해양경찰청과 해군이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사고 발생 후 나흘이 지난 31일까지 기장과 부기장 등 조종사 2명의 생사와 블랙박스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판단할 수 없게 되면 이번 추락사고는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고의 추락이면 보험금 못 받아

31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종 상태인 기장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4개 보험사에서 종신보험 2개와 상해보험 등 7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블랙박스가 회수돼 음성기록을 분석한 결과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조종사가 고의적으로 항공기를 추락시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지면 보험금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생명보험은 가입 후 2년간,손해보험은 기간에 상관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입자에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2000억원에 이르는 항공기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고의 추락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금 30억원 넘을 수도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주 후반이 돼야 정확한 보험금액이 파악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숫자는 최소액이며,30억원대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와 금감원은 이 기장이 가족 등의 명의로 가입한 보험이 더 있는지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로 3000만원 납부?

보험업계는 조종사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30억원대의 보험에 가입한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2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해도 연간 3000만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사고는 교통사고보다 발생 가능성이 낮다"며 "사고 원인이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조종사가)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집중 가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 법률다툼 일듯

조종사 1명이 가입한 보험금의 지급 여부는 법률적인 다툼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실종자 가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사망 여부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 시신이 수습되면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민법에 따르면 실종자가 사망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실종상태가 5년간 지속돼야 하지만 항공기 추락의 경우 1년이 경과하면 실종선고가 이뤄져 사망이 확정된다.

보험사들은 사망이 확정돼 보험금 청구가 들어온 이후에야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한다. 사고 원인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보험사들은 통상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게 관례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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