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을 짜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정치권의 과도한 복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원칙에 따라 복지예산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수급생활자 확대폭 제한

재정부 관계자는 31일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재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에서 약 150%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소득기준 '최저생계비의 185% 미만'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복지부는 이 기준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이를 지지하고 있다. 재정부는 그러나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한꺼번에 높이면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다. 복지부와 한나라당의 요구가 그대로 채택되면 내년에만 3700억원 정도가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EITC,최저생계비 연동 안 해

재정부는 근로장려세제(EITC) 수급대상 지정 방식을 바꾸라는 정치권의 요구도 반영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EITC는 근로빈곤층에 대해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전년 연간 부부합산 총소득이 17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과 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은 1700만원으로 고정된 총소득 기준을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120% 수준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재정부는 이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벌였으나 최근 총소득 기준만 높이는 것으로 거의 결론지었다. 새로운 총소득 기준은 올해 차상위 계층(4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의 최저생계비 수준인 20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값 사회보험료 "신중해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한 저소득 근로자의 '반값 사회보험료 지원'에 대해서도 재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재정부는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과 범위 등을 한국연구개발원(KDI)에 용역을 준 상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정치권이 요구한 '절반'수준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보험은 원래 본인 부담이 원칙인데 근로빈곤층을 위한 복지 사각지대 축소 차원에서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