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이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최근 막을 올렸다. 이 뮤지컬에서는 출연 배우들이 모두 악기를 연주하고 연기도 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등 실내악단 버금가는 악기 편성이다. 악기가 소품이 되기도 하고 소품이 악기가 되기도 하는 낯설고 실험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관객들은 새로운 형식에 낯설어하면서도 "주류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미가 돋보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뮤지컬의 씨앗은 CJ문화재단 신인 공연창작자 지원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였다. 3000만원 이상의 뮤지컬 제작비를 CJ문화재단이 전액 부담하고 연습실 섭외,진행,전단지 제작,홍보 마케팅까지 도맡는다.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창작자가 100% 가져간다.

무대에 한번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기성 연출가,극작가,작곡가들에게 전문가 모니터링을 맡긴다. 개선점을 제시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투자자와 프로듀서를 연결하기도 한다. CJ문화재단은 2009년부터 연 2회 이상의 공모를 통해 뮤지컬 창작자를 지원해오다가 올해부터 연극까지 범위를 넓혔다.

CJ그룹의 E&M 부문을 총괄하는 이미경 부회장은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과 한류 확산을 위해 신인 창작자 발굴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시스템 밖 원석 같은 음악가 발굴

"공모전 같은 것 해서 편하게 돈 툭 던져주고 끝내지 말고 우리 없이도 온전한 예술인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세요. "

'문화 인재' 육성을 위해 2006년 CJ문화재단을 설립할 당시 임원들의 당부였다. CJ문화재단은 이후 청소년 연극과 젊은이들의 콘텐츠 축제인 영페스티벌을 거쳐 음악,영화,뮤지컬 같은 대중문화 분야의 숨은 인재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재단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한해 예산만 약 40억원.음악,영화,공연에 각각 10억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젊은 대중음악인을 지원하는 사업은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튠업'과 '대중 음악 장학사업'으로 나뉜다.

'튠업'은 아직 정규 음반을 발표하지 않은 신인 뮤지션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인재 발굴 프로젝트.쇼케이스 기회와 선배 뮤지션과의 공동작업,기획사 매칭까지 책임진다. 지금까지 김창완밴드,이상은,하림,크라잉넛,강산에 등이 참여해 공동 콘서트를 열고 음반 제작과 녹음을 도왔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팀당 예산이 1500만~2000만원가량인데 경험이 없다보니 한꺼번에 이 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작전을 짜는 연습부터 한다"며 "길게는 6개월 이상 매니지먼트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대중음악 장학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음악 해외 장학 제도다. 미국 버클리 음대 등 5대 음대의 장학금 수여자 중 매년 15명을 선발, 월 600달러씩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CJ문화재단의 김선아 과장은 "낯선 시도인 만큼 위험 부담도 있지만 우리가 아니면 한국에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런 새로운 시도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며 "젊은 창작인들을 위해 더 좋은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고의 스토리텔러를 찾아라

지난 5월 서울 필동의 CJ인재원에 극영화의 방학기 화백,소설가 은희경,영화감독 김대우 등 콘텐츠 분야의 대가들이 모였다. CJ문화재단의 신인 영화인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S'의 심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올해 지원작이 작년에 비해 소재가 다양해지고 스토리 완성도도 안정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CJ문화재단이 CJ아지트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532편의 극영화,애니메이션,다큐 중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15편을 최종 선발작으로 뽑았다. 이 작품들은 창작 지원금,전문가 컨설팅이 포함된 성장 지원 단계를 거쳐 프로젝트 피칭,업계 매칭,인적 네트워크 연결,시나리오 번역에 이르는 후속 지원 단계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선정된 작품 중 변성현 씨의 '나의 P.S파트너'는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 중이고 '북한형사'는 JK필름에서 제작에 들어갔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CJ가 엠넷 등 다양한 케이블 TV채널과 영화사업 부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창작자들의 콘텐츠 활용에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재단에서 선정한 작품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