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내년 1월까지 속옷 가게에 남자 대신 여점원을 고용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많은 가게들이 여전히 비용 문제 등으로 미적거리고 있다.

수차례 탄원과 두 차례 법 개정에도 여전히 많은 사우디 여성들은 속옷을 사려면 남성 점원밖에 없는 가게를 찾아야한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남녀 간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매장 점원이나 계산대 직원처럼 남성과 접촉해야 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여점원을 고용한 가게에서는 이들을 교육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밖에서 매장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진열장을 가려야 한다. 또 한 달에 적어도 3500리얄(98만원)을 들여 남자들이 가게로 들어올 수 없게 막는 보안 요원을 고용해야 한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속옷 상표 중 하나인 나요미(Nayomi)는 2004년 정부가 처음으로 관련 법을 개정했을 때 남성 직원을 여성으로 바꾸려는 변화를 시작했었다. 이를 위해 45개 지점 종업원을 여성으로 고용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1년 만에 다시 남자 점원을 고용하는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나오미 관계자는 “법에 따라 여성을 고용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며 “남성 고객이 없어 판매량이 줄고, 보안문제 때문에 지출은 더 늘었으며, 쇼윈도에 물건을 전시해 고객들을 유혹할 수 없는 데다 일부 여점원들은 늦은 시각까지 일하는 것을 꺼리는 바람에 1년간 1000만 리얄이 넘는 돈을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지난달 11일 노동부 장관이 6개월 안에 남자 점원을 교체하지 않으면 가게문을 닫게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많지 않다.

제다의 한 속옷가게 관계자는 “이번 명령에 대해 신문에서 읽기는 했지만 경영진에게서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 며 “이번 계획이 실행될 수는 있겠지만, 기대만큼 빨리는 안 될 거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