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무협상이 마감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극적 타결됐다. 의회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1일 국내 증시도 지난주 낙폭을 만회하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미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과 경기 모멘텀(상승 동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 등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부채상한 증액이 재정지출 축소, 미국 성장률 둔화, 경기 모멘텀 약화의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봉합된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이미 파국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주가도 이를 반영해 왔다는 것"이라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지수 상단을 크게 열 모멘텀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미약한 경기 모멘텀과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이란 펀더멘털(기초체력) 이슈까지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란 그림은 그리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불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S&P500 기업들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미국의 12개월 예상 EPS 증가율도 지난 해 12월 이후 14~15%대에 머무르고 있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부채 상한제 합의 이후 미국 정부는 점차 재정적자 축소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는 세금 확대 또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 등 전반적인 경제성장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신용이슈 완화에 대한 대가는 재정 감축을 수반한다"며 "구매력 악화를 야기한 에너지 가격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당장 유동성을 추가 방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결론적으로 미국발 신용이슈 완화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더라도 당장 경기 모멘텀을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미 경기 문제가 제기될 때 재정 감축이 잘 실천될지는 의문스럽다"며 "이는 결국 미 정부의 신용등급 하향 이슈와 연관되는 것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은 야기할 소지는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안도랠리 이후 역사적 고점(2230포인트)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 팀장은 "안도랠리 이후 감속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숲 보다는 나무를 보며 업종 내 종목 선택에 집중, 건설과 기계 등 설비투자 관련주와 내수주에 대해 점진적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도 "부채한도 증액 합의에도 증시는 좀더 흐름을 살필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주와 중국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