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분석보고서들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하반기 실적 감소를 전망하면서도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를 내놓은 보고서들 중 대부분은 하반기 실적 부진에 따라 연간 이익추정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매수를 권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을 포함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하는 것은 물론 기존 추정치에도 못 미칠 수 있지만 주가는 오를 수 있다는 모순된 얘기를 하는 셈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실적 하락과 시장 상황 개선이라는 두 가지 평가 가치가 서로 상충되는 상황에서 둘 다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주력 사업부인 반도체 부문의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D램 가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D램은 가격하락과 출하량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조37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2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심화로 휴대폰 부문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약세 및 디지털가전 산업의 경쟁 심화로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3%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하반기 경쟁 심화가 핸드셋(통신 부문) 수익성에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PC수요 부진 속에 D램 재고 축소를 위해 하반기에는 D램의 생산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며 "3분기 중 D램 가격은 저점에 도달한 이후 점차 회복되는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부문의 실적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3분기 영업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입장이다.

이가근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 이익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충분히 반영됐다"며 "하반기에는 이익에 대한 상향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을 기존 전망치 대비 1% 하향한 166조7000억원, 영업이익을 4% 내린 14조5000억원으로 조정했다.

이승우 팀장은 "부진한 수요 속에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속도 조절이 점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세계 정치·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만 피하게 된다면 3분기 후반부터는 반도체 가격도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의 주가가 실제 기업실적과 분리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장열 미래에셋 연구원은 "주가의 하향 조정은 실적이 작게 나오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3분기 실적이 3조5000억이든 4조원이든 얼마를 달성하느냐보다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업체의 감산이나 감산 효과를 내는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PC 수요가 저조하고 PC업체들의 D램 재고 부담으로 공급 초과가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 초과 현상은 4분기 중부터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DDR3 1Gb의 가격은 7월 하반월 75센트에서 연말에는 60센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 D램 경쟁업체들의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3분기 중 실질적인 감산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연말이나 연초부터 감산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