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성북동 '그 집' 왜 샀을까
법원 경매에 나온 D그룹 P 전 회장의 집(사진)을 HSBC은행이 사들였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통적 부촌인 서울 성북동에 있는 P 전 회장의 단독주택이 지난달 27일 진행된 법원 1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104%인 41억3800만원에 팔렸다.
이 집은 경영난 등을 비관한 그가 자택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진 뒤 장남 등에게 상속됐다. 채권 금융회사인 하나은행 등은 이 집을 포함, 모두 537억원의 부동산 등을 공동 담보로 잡고 있다가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자 경매에 넘겼다.

토지 959㎡(약 290평),연면적 512㎡(155평)의 2층 건물로 법원 감정가는 39억7000만원이었다. 1차 경매에서 3명이 매입 경쟁을 벌였고,2위 응찰액도 41억원으로 감정가보다 높았다.

수십억원대 고가주택이 한두 차례 유찰되지 않고 경합 속에 주인을 찾은 데 대해 경매업계는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해태 나산 한보 등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의 회장들이 살던 집들은 거의 예외없이 감정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새 주인을 찾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주변 친인척 등이 낙찰 받아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경매업계에선 HSBC은행이 사택용으로 이 집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집엔 현재 메튜 디킨 HSBC은행장이 세들어 살고 있다. 거주 중인 집이 경매로 나오자 아예 사버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런 행보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집 주인이 사업에 망했거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집은 꺼리는 게 보통인 까닭이다.

그러나 외국인인 디킨 행장은 성북동의 분위기나 조망,건물구조 등을 기준으로 구매 의사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경매 전문가는 "부자들이 살던 집은 비싼 관상수가 있거나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경우가 많아 뜻밖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며 "미신이나 풍수를 믿지 않는 일부 경매 투자자들은 사건 · 사고가 생긴 집을 전문적으로 공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