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기업의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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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의 사찰건축 전문업체 곤고구미는 1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最古)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6세기 후반 일본 왕실이 초청한 백제 건축가 유중광이 사천왕사를 건립한 이후 40대에 걸쳐 가업으로 이어왔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위기를 넘겼다. 1930년대에는 중 · 일전쟁으로 모든 공사가 중단되면서 부도위기에 몰리자 37대 사장이 할복하는 곡절까지 겪었다. 당시 태풍 피해를 입은 사천왕사 오중탑 복원 공사를 수주하면서 회생했다. 하지만 1980년대 버블경제 때 사들인 토지 값이 폭락하면서 빚을 견디지 못하고 2006년 파산하고 말았다.
아무리 오래된 기업이라도 순간의 판단 실수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1982년 펴낸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우량기업 43개사를 선정해 잘나가는 이유 8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1987년 내놓은 책 '경영혁명'에선 '우량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43개사 중 3분의 2가 파산했거나 인수 · 합병되는 등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엄선한 우량기업들도 불과 5년을 버텨내지 못했던 것이다.
1896년 찰스 다우가 처음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지수'를 산정할 때 편입했던 12개 종목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 하나뿐이다. 1970년 미국 포천지가 뽑은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탈락하는 데 10년쯤 걸렸다. 요즘은 그 주기가 5년 안팎으로 짧아졌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1%가 바뀌었다. 30년 동안에는 73%가 교체됐다. 주도업종도 크게 달라졌다. 1980년에는 건설(13개) 섬유(11개) 식품(8개) 금융(7개) 제약(6개) 분야가 두각을 나타낸 반면 2010년에는 금융(15개) 전자 · 통신(12개) 건설(7개) 조선(5개) 자동차(5개)로 재편됐다. 100년을 넘긴 장수기업은 두산그룹(115년) 동화약품(114년) 정도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피말리는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성취의 결과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퍼져 있다. 잘못은 고쳐나가야 하겠지만 잘한 부분까지 매도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 길은 먼데 정부나 사회가 기업의 성취 동기를 자꾸 꺾어서야 되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아무리 오래된 기업이라도 순간의 판단 실수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1982년 펴낸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우량기업 43개사를 선정해 잘나가는 이유 8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1987년 내놓은 책 '경영혁명'에선 '우량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43개사 중 3분의 2가 파산했거나 인수 · 합병되는 등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엄선한 우량기업들도 불과 5년을 버텨내지 못했던 것이다.
1896년 찰스 다우가 처음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지수'를 산정할 때 편입했던 12개 종목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 하나뿐이다. 1970년 미국 포천지가 뽑은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탈락하는 데 10년쯤 걸렸다. 요즘은 그 주기가 5년 안팎으로 짧아졌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1%가 바뀌었다. 30년 동안에는 73%가 교체됐다. 주도업종도 크게 달라졌다. 1980년에는 건설(13개) 섬유(11개) 식품(8개) 금융(7개) 제약(6개) 분야가 두각을 나타낸 반면 2010년에는 금융(15개) 전자 · 통신(12개) 건설(7개) 조선(5개) 자동차(5개)로 재편됐다. 100년을 넘긴 장수기업은 두산그룹(115년) 동화약품(114년) 정도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피말리는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성취의 결과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퍼져 있다. 잘못은 고쳐나가야 하겠지만 잘한 부분까지 매도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 길은 먼데 정부나 사회가 기업의 성취 동기를 자꾸 꺾어서야 되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