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비키니 사놨는데…고기회식만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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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사무실 풍경
여직원들 먼저 퇴근해~ 자~ 웃통 벗고 일하자고!
"모내기 하러 오셨어요?"
계속되는 폭우에 레인부츠 유행…출근시간 로비는 총천연색 패션쇼
부장님의 장수 비결?
추어탕도 모자라 때마다 보신탕…여직원들 "욕 많이 먹어 오래살거야"
여직원들 먼저 퇴근해~ 자~ 웃통 벗고 일하자고!
"모내기 하러 오셨어요?"
계속되는 폭우에 레인부츠 유행…출근시간 로비는 총천연색 패션쇼
부장님의 장수 비결?
추어탕도 모자라 때마다 보신탕…여직원들 "욕 많이 먹어 오래살거야"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다니는 임 대리는 올 여름 신발장 깊숙이 넣어뒀던 호피무늬 레인부츠를 꺼냈다. 최근 큰 비가 자주 내리면서 주변에서 '장화족'이 눈에 띄게 늘어난 때문이다. 임 대리는 "작년만 해도 회사에 신고 갈 자신이 안 생겨 몇 번이나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며 "올해는 레인부츠가 대세라 마음 편하게 애용한다"고 말했다.
무더위와 폭우를 이겨내며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여름철,특히 요즘처럼 물폭탄이 쏟아지는 때는 출근에서 퇴근 때까지 만사가 귀찮아진다. 장마와 무더위와 번갈아 싸우는 김과장,이대리들의 '여름나기 백태'를 정리해 본다.
◆장마철 출근길 패션쇼
서울을 강타한 물 폭탄은 사무실에 갖가지 진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직원들이 많은 기업체의 경우 폭우가 오는 날에는 정문 로비에서 레인부츠가 연출하는 총천연색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진다. 레인부츠를 신고 출근한 뒤 로비에서 슬리퍼로 갈아신는 여직원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것.남자들은 노란색 장화를 보면 '모내기 하러 왔냐',빨간색 장화에는 '고무장갑 꼈네'라며 놀려대지만,한 켤레에 보통 10만원을 웃도는 고가품들이다.
회사 로비가 여직원들로 북적댄다면 장마철 남자 직원들이 자주 찾는 곳은 홍보팀이다. 물에 흠뻑 젖은 구두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데는 역시 신문지만한 것이 없다. 깔끔을 떠는 남성 직원들의 경우 집에서 아예 여분의 양말을 가져 오기도 한다.
요즘은 남자직원들도 실속을 앞세워 파격적인 출근 패션을 감행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박 과장은 샌들을 신고 출근한 뒤 사내에서 갈아 신는 방법을 택했다. 정장엔 어색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엔 그럭저럭 어울린다. 물론 남들이 보면 영락없이 놀러갈 모양새이지만,그래도 구두는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하루는 엘리베이터에서 사장과 마주쳤다가 그의 발과 얼굴을 번갈아 살피는 사장 앞에서 내내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 했다.
◆더위와의 백병전
철강업체 직원 김 과장은 여름철 오후 6시만 넘으면 팀의 여직원들에게 퇴근을 종용한다. "아무래도 집안일에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는 것이 여자들이지 않겠냐"며 인심을 쓴다. 하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정부시책에 따라 '절전모드'에 들어간 회사가 6시면 칼같이 에어컨을 꺼버리기 때문이다. 여직원들을 일단 보내면 김 과장은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자~ 우리 이제 웃통 벗고 '난닝구' 바람으로 바짝 일한 다음 퇴근하자"고 외친다. 이렇게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셔츠 한 겹 벗었을 뿐인데 은근한 유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 "군 시절 선임병 지휘하에 땡볕에서 작업하는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무역업체에 다니는 최 대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회사에 대형 화재를 낼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최 대리 부서는 맨 꼭대기층에 있어 옥탑효과 탓에 다른 층에 비해 특히 더웠다. 시설 관리인과 에어컨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기를 몇 차례,최 대리는 온도를 강제로 높이려고 라이터로 사무실 온도계를 가열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가열한 바람에 주변 플라스틱에 불이 붙었고,온도계를 놓치면서 이면지에 불이 옮겨 붙었다. 다행히 큰 불은 아니었지만,그날 이후로 최 대리의 별명은 당시 매 경기 나와서 불을 질렀던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 '한기주'로 바뀌었다.
영업 부서 직원들은 외근 전 대나무 방석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가는 꾀를 쓰기도 한다. 영업 끝나고 들어와서 꺼내 앉으면 그 시원함을 잊을 수 없다고.
◆복날이 괴로운 막내
복날에 보양식 음식점은 예약을 안 받는다. 그러다보니 복날 점심은 보신탕,저녁은 삼계탕으로 챙겨드셔야 하는 부장님들을 위해 가엾은 막내는 일찍부터 줄을 서야 한다. 게다가 기러기 부장이라도 만나게 되면 여름 내내 점심,저녁으로 보양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김모 사원은 "부장이 끼니 때마다 보양식을 먹어서 오래 사는 게 아니라 나 한테 속으로 욕많이 먹어서 오래 살 듯하다"며 푸념했다.
비위 약한 여자 직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자 직원들 틈에서 근무하는 장 대리는 "이게 얼마나 몸에 좋은 건데 한 입만 먹어봐하면서 추어탕에 들깨 뿌리는 부장님들 보면 미워 죽겠다"며 "끌리지도 않는데 더운날 땀 뻘뻘 흘리면서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객이 싫어서 보신탕 마니아가 된 여직원도 있다.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김 모씨는 입사 전에는 보신탕을 먹지 못했으나 백화점에 들어온 뒤부터 자발적으로 보신탕 마니아가 됐다. 백화점에 애완견을 데리고 오는 여성 고객들이 꼴 보기 싫어서 오기로 보신탕을 먹기 시작했다가,이제는 찾아 먹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다이어트 앞에 회식이 설 자리는 없다
여직원들에 여름철은 '몸매 개보수'의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해변 바캉스를 앞두고 다이어트로 몸을 만들거나,아예 휴가 기간 중 성형 수술을 하기도 한다.
유통업체 직원 정 대리는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단체 할인'으로 올 여름 휴가 때 성형수술을 하기로 했다. 이미 몇 달 전에 압구정동의 성형외과에 예약까지 해놨다. 그는 "붓기가 빠지지 않아 소시지 눈이 되거나,멍이 안 빠져 코에 BB크림을 떡칠하고 출근하는 동료들도 봤다"며 "화장품 회사 같이 여자들이 많은 회사는 여름 휴가 뒤엔 갑자기 눈이 커진 후배,코가 뾰족해진 과장 등 장난이 아니라더라"고 전했다.
휴가 때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기 위한 다이어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레몬을 우려낸 물에 고춧가루를 타서 밥 대신 마시면 체내의 독소가 빠진다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밥은 굶고 효소를 탄 물만 마시는 '효소 다이어트' 등이 인기다. 오랜만에 고기 굽는 저녁 회식을 제안했던 손 부장은 "해변에서 맞을 휴가를 망치지 말아달라"는 읍소에 점심 도시락으로 회식을 대체했다. 윤 대리는 "여름철만 되면 남자들도 단백질 보조제를 먹으면서 몸 키운다고 사무실에 큰 통을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왜 여자들의 다이어트에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조재희/강유현/고경봉/노경목 기자 joyjay@hankyung.com
무더위와 폭우를 이겨내며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여름철,특히 요즘처럼 물폭탄이 쏟아지는 때는 출근에서 퇴근 때까지 만사가 귀찮아진다. 장마와 무더위와 번갈아 싸우는 김과장,이대리들의 '여름나기 백태'를 정리해 본다.
◆장마철 출근길 패션쇼
서울을 강타한 물 폭탄은 사무실에 갖가지 진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직원들이 많은 기업체의 경우 폭우가 오는 날에는 정문 로비에서 레인부츠가 연출하는 총천연색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진다. 레인부츠를 신고 출근한 뒤 로비에서 슬리퍼로 갈아신는 여직원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것.남자들은 노란색 장화를 보면 '모내기 하러 왔냐',빨간색 장화에는 '고무장갑 꼈네'라며 놀려대지만,한 켤레에 보통 10만원을 웃도는 고가품들이다.
회사 로비가 여직원들로 북적댄다면 장마철 남자 직원들이 자주 찾는 곳은 홍보팀이다. 물에 흠뻑 젖은 구두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데는 역시 신문지만한 것이 없다. 깔끔을 떠는 남성 직원들의 경우 집에서 아예 여분의 양말을 가져 오기도 한다.
요즘은 남자직원들도 실속을 앞세워 파격적인 출근 패션을 감행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박 과장은 샌들을 신고 출근한 뒤 사내에서 갈아 신는 방법을 택했다. 정장엔 어색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엔 그럭저럭 어울린다. 물론 남들이 보면 영락없이 놀러갈 모양새이지만,그래도 구두는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하루는 엘리베이터에서 사장과 마주쳤다가 그의 발과 얼굴을 번갈아 살피는 사장 앞에서 내내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 했다.
◆더위와의 백병전
철강업체 직원 김 과장은 여름철 오후 6시만 넘으면 팀의 여직원들에게 퇴근을 종용한다. "아무래도 집안일에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는 것이 여자들이지 않겠냐"며 인심을 쓴다. 하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정부시책에 따라 '절전모드'에 들어간 회사가 6시면 칼같이 에어컨을 꺼버리기 때문이다. 여직원들을 일단 보내면 김 과장은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자~ 우리 이제 웃통 벗고 '난닝구' 바람으로 바짝 일한 다음 퇴근하자"고 외친다. 이렇게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셔츠 한 겹 벗었을 뿐인데 은근한 유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 "군 시절 선임병 지휘하에 땡볕에서 작업하는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무역업체에 다니는 최 대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회사에 대형 화재를 낼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최 대리 부서는 맨 꼭대기층에 있어 옥탑효과 탓에 다른 층에 비해 특히 더웠다. 시설 관리인과 에어컨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기를 몇 차례,최 대리는 온도를 강제로 높이려고 라이터로 사무실 온도계를 가열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가열한 바람에 주변 플라스틱에 불이 붙었고,온도계를 놓치면서 이면지에 불이 옮겨 붙었다. 다행히 큰 불은 아니었지만,그날 이후로 최 대리의 별명은 당시 매 경기 나와서 불을 질렀던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 '한기주'로 바뀌었다.
영업 부서 직원들은 외근 전 대나무 방석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가는 꾀를 쓰기도 한다. 영업 끝나고 들어와서 꺼내 앉으면 그 시원함을 잊을 수 없다고.
◆복날이 괴로운 막내
복날에 보양식 음식점은 예약을 안 받는다. 그러다보니 복날 점심은 보신탕,저녁은 삼계탕으로 챙겨드셔야 하는 부장님들을 위해 가엾은 막내는 일찍부터 줄을 서야 한다. 게다가 기러기 부장이라도 만나게 되면 여름 내내 점심,저녁으로 보양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김모 사원은 "부장이 끼니 때마다 보양식을 먹어서 오래 사는 게 아니라 나 한테 속으로 욕많이 먹어서 오래 살 듯하다"며 푸념했다.
비위 약한 여자 직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자 직원들 틈에서 근무하는 장 대리는 "이게 얼마나 몸에 좋은 건데 한 입만 먹어봐하면서 추어탕에 들깨 뿌리는 부장님들 보면 미워 죽겠다"며 "끌리지도 않는데 더운날 땀 뻘뻘 흘리면서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객이 싫어서 보신탕 마니아가 된 여직원도 있다.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김 모씨는 입사 전에는 보신탕을 먹지 못했으나 백화점에 들어온 뒤부터 자발적으로 보신탕 마니아가 됐다. 백화점에 애완견을 데리고 오는 여성 고객들이 꼴 보기 싫어서 오기로 보신탕을 먹기 시작했다가,이제는 찾아 먹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다이어트 앞에 회식이 설 자리는 없다
여직원들에 여름철은 '몸매 개보수'의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해변 바캉스를 앞두고 다이어트로 몸을 만들거나,아예 휴가 기간 중 성형 수술을 하기도 한다.
유통업체 직원 정 대리는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단체 할인'으로 올 여름 휴가 때 성형수술을 하기로 했다. 이미 몇 달 전에 압구정동의 성형외과에 예약까지 해놨다. 그는 "붓기가 빠지지 않아 소시지 눈이 되거나,멍이 안 빠져 코에 BB크림을 떡칠하고 출근하는 동료들도 봤다"며 "화장품 회사 같이 여자들이 많은 회사는 여름 휴가 뒤엔 갑자기 눈이 커진 후배,코가 뾰족해진 과장 등 장난이 아니라더라"고 전했다.
휴가 때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기 위한 다이어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레몬을 우려낸 물에 고춧가루를 타서 밥 대신 마시면 체내의 독소가 빠진다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밥은 굶고 효소를 탄 물만 마시는 '효소 다이어트' 등이 인기다. 오랜만에 고기 굽는 저녁 회식을 제안했던 손 부장은 "해변에서 맞을 휴가를 망치지 말아달라"는 읍소에 점심 도시락으로 회식을 대체했다. 윤 대리는 "여름철만 되면 남자들도 단백질 보조제를 먹으면서 몸 키운다고 사무실에 큰 통을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왜 여자들의 다이어트에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조재희/강유현/고경봉/노경목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