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이슬람 율법에 맞게 만들어진 음식)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식품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라마단(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 기간 무슬림들이 먹는 할랄 식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할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무슬림은 이날 시작돼 한 달간 지속되는 라마단 기간에 해가 지기 전에는 금식을 하고,저녁이 되면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 식품만을 먹어야 한다. 여기에는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소나 닭 등도 '신의 이름으로'라고 외친 후 단칼에 정맥을 끊어 도살한 것만 먹을 수 있다. 전 세계 무슬림은 18억명으로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5년 후면 무슬림 비중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식품업체들은 이런 성장 잠재력을 기대하고 할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탈리아 치즈업체 베로니아는 알코올 성분이 없는 버팔로 모차렐라 치즈를 개발했다. 스위스의 네슬레는 자사의 할랄 식품 판매 증가율이 연평균 50%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분유 수프 사탕 등을 할랄용으로 만들고 있다. 치킨업체 KFC는 영국에서 100여개의 '할랄 버거'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식품업체 마르하바는 돼지나 소의 피부 등에서 추출한 젤라틴이 들어 있지 않은 과자를 내놨다.

유통업체도 할랄 식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프랑스 유통업체 오샹은 전국 47개 대형마트 중 23곳에 할랄 식품을 비치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항공식품 납품업체인 스위스의 게이트그룹은 할랄 기내식을 제공하기 위해 런던 히드로공항에 300만달러 규모 설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할랄 식품은 무슬림뿐만 아니라 비무슬림 소비자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할랄은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할랄 시장 규모는 현재 6500억달러에 달하며 앞으로도 매년 10~20%씩 성장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