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익 이마트 과일 바이어(대리)의 머릿속에 '지리산'이 들어온 건 작년 10월이었다. 폭우 한파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올 여름에도 '맛있는 포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고민에 싸여 있을 무렵이었다.

이마트는 작년에도 당도 높은 캠벨 포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로 들여오던 충북 영동 지역에 큰 비가 내리면서 2009년에 비해 당도는 떨어진 반면 가격은 30%나 오른 탓이었다.

강종식 이마트 과일팀장(수석부장)이 "2011년에는 새로운 포도 산지를 확보하자"며 재촉하고 나선 이유다. 조 대리는 강수량은 적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을 찾아 헤매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북 남원을 '찜'했다. 캠벨 포도는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당도가 높아지는 데 남원은 바로 그런 지역이었다.

조 대리는 지난 3월 산지 포도농가 50여곳을 찾아 "올해 수확 물량을 모두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

이마트의 '베팅'은 성공했다. 전국을 강타한 '물폭탄'이 남원을 피해간 덕분에 '달콤한 포도'의 기준인 15브릭스를 넘겼다. 이마트는 이렇게 확보한 '남원 캠벨포도'를 1상자(1.5㎏)에 1만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