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김상순 씨(31)는 집 근처 의원을 찾았다. 진찰을 한 의사는 김씨에게 급성상기도감염 진단을 내리고 항생제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항히스타민제 소화제 등 모두 5개의 알약을 처방했다. 김씨는 진료비와 약값 등으로 5000원 정도를 썼다.

대한민국 국민은 약을 많이 먹는다. 감기약 처방 약 개수가 평균 4.73개로 가장 적은 호주(1.33개)의 3배가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값 지출도 상대적으로 많다. 2010년 총 의료비(43조7000억원) 가운데 약품비는 12조8000억원으로 29.3%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3%)보다 훨씬 많다.

약품비 증가율은 11%로 2001년 이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약에 대해서는 가격(수가)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약품비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약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약값도 비싼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오리지널 약가는 외국 대비 8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일반인들이 처방을 많이 받는 제네릭(복제약) 약가는 주요 16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비싸다. 한국의 제네릭 약가를 100으로 봤을 때 일본(126) 스위스(115)를 제외하면 미국 영국 등 나머지 국가들은 100 이하로 모두 한국보다 낮았다. 이는 사용량과 환율을 감안해 성분별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한 가격지수(피셔산식)로 계산한 결과다.

한국의 약값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약가가 비싸게 책정돼 있는데다 감기 등 경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비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실장은 "현행 수가체계를 보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은 80%,제네릭은 68%(최초 제네릭)로 수가가 정해져 있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특허만료 오리지널은 60~70%,최초 제네릭은 50~60% 정도로 낮게 유지하고 있어 우리도 좀 더 수가를 낮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특허만료 오리지널은 70%로,최초 제네릭은 56%로 수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완교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높다 보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타오는 비용이 종합감기약 하나 사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라며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분을 높여 의약품 사용량을 적정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