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소신 행보'가 눈길을 끈다. 당 안팎의 거듭된 압력에도 희망버스 승차를 끝까지 거부하고 당내 강경파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의 대북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등 최근 행보와 발언에서 '손학규의 색깔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당장은 당내에서 비판을 받더라도 중도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야권의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한진중공업을 둘러싼 5대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발언 수위는 누구보다 높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식은 당내 강경파들과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 등 당내 비주류 측과 일부 친 손학규계 인사들이 '희망버스를 타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제1야당 대표가 갈등 현장에 나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사태 해결"이라는 소신에서다. 대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채필 노동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촉구했다. 조현오 경찰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희망버스단이 평화 시위를 할 테니 강력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희망버스 탑승 대신 손 대표는 수해현장을 찾았다.

앞서 손 대표는 정 최고위원 등 당내 일각에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두고 햇볕정책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하자는 게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면 돌파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