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미국 공화당의 자체 협상안 '2단계 부채증액안'에 대한 하원 표결이 돌연 연기됐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며 표결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굳은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세력인 '티파티(Tea Party)'의원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티파티 소속 의원 중 20여명이 베이너 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가결에 필요한 217표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티파티,입김 막강

이번 미 부채한도 증액의 협상 과정에서 티파티는 자신들의 위상을 정치권에 각인시켰다. '부채 상한 조정-재정적자 삭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티파티 의원들은 "세금을 더 걷어서는 안 되고 정부는 지출을 더 줄이라"고 주장하며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매파로 알려진 베이너를 몰아붙인 '울트라 매파'가 티파티 그룹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1일 "티파티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서 미국 정치의 중요한 가치이자 전통인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훼손했다"며 티파티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강경 일변도의 티파티가 협상 과정에서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합리적인 의견 조율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NYT는 사설에서 "이번 협상으로 내년 말까지는 채무 불이행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겠지만,이것을 제외하면 공화당 과격주의자들의 인질극과 마찬가지인 요구에 완전히 굴복한 것"이라고 티파티 진영을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합의는 단기적 해결책일 뿐이며 이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이들이 자랑스러워 할 만한 해결책은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블루 독,갱 오브 식스 등 新세력

블루 독(blue dog),갱 오브 식스(gang of six) 등 미 정치판에 새로운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티파티는 지난해 총선에서 데뷔한 '보수주의 풀뿌리 시민운동' 세력이다. 하원 의원 435명 중 공화당 의원은 240명이며 이 중 약 50명이 티파티 운동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반 오바마 정서에서 출발했으나,이들은 이제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에릭 캔터,론 폴,미셸 바크먼 등이 티파티 소속 대표의원이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대한 조세저항 운동의 진원지였던 '보스턴 티파티'에서 이름을 따왔다. 'TEA'에는 '이미 충분한 세금을 냈다(Taxed Enough Already)'는 뜻도 담겨 있다.

상원의 초당적 의원그룹인 갱 오브 식스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각각 3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의 마크 워너,공화당의 마이크 크라포 의원 등이 있다. 재정 적자 감축안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등 민주당적을 가진 보수성향의 하원으로 구성된 블루 독도 정치판의 신 세력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