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생 2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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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났던 1960년에는 평균수명이 남자 51세,여자 54세였다. 대학 다닐 때인 1980년에는 남자 59세,여자 66세였다. 은퇴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이유가 없었다. 한 집에 자녀도 요즘처럼 한둘이 아니고 네댓 명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하니 내가 딱 그 세대다.
벌써 내 주변에도 직장에서 은퇴하고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평생직장이나 종신고용 관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줄고 있는데 평균수명은 자꾸 늘어나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4~17일 서울 대치동의 한 전시관에서 열린 은퇴설계 박람회에 가 봤다. 유모차를 끌고 4일 내내 행사장을 찾은 한 젊은 부부가 인상적이었다. 한창 애 키우고 살림살이에 바빠 은퇴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은 30대 주부가 왜 은퇴설계박람회에 왔을까. 이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은퇴를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람회뿐 아니라 연금복권도 인기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매진이다. 매월 500만원씩 20년 동안 연금식으로 당첨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매주 630만장을 발행한다고 하니 당첨된 사람은 그야말로 천운을 타고난 것이나 다름없다. 은퇴설계에 관심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복권처럼 요행수에 의존할 수는 없다. 은퇴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이용한 복권마케팅의 흥행 성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그렇다고 노후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에만 의존하는 것도 정답은 아닌 듯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년 납입 시 42%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가입기간이 짧아 12~26%에 머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소득대체율이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연금선진국인 유럽이 요즘 국가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노후를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재정적자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보다 연금이 효자'라는 말이 있듯이 노후의 경제적 준비는 연금이 최고다. 그것도 종신토록 받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공무원으로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선택해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목돈이 있으면 쓸 곳이 생기게 마련이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젊을 때부터 연금에 가입해 잘 키워놓으면 열 자식 부럽지 않게 여유로운 은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그냥 실직일 뿐'이라는 어느 논객의 글귀가 현장감 있게 들린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사장 mdha426@miraeasset.com >
벌써 내 주변에도 직장에서 은퇴하고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평생직장이나 종신고용 관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줄고 있는데 평균수명은 자꾸 늘어나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4~17일 서울 대치동의 한 전시관에서 열린 은퇴설계 박람회에 가 봤다. 유모차를 끌고 4일 내내 행사장을 찾은 한 젊은 부부가 인상적이었다. 한창 애 키우고 살림살이에 바빠 은퇴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은 30대 주부가 왜 은퇴설계박람회에 왔을까. 이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은퇴를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람회뿐 아니라 연금복권도 인기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매진이다. 매월 500만원씩 20년 동안 연금식으로 당첨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매주 630만장을 발행한다고 하니 당첨된 사람은 그야말로 천운을 타고난 것이나 다름없다. 은퇴설계에 관심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복권처럼 요행수에 의존할 수는 없다. 은퇴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이용한 복권마케팅의 흥행 성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그렇다고 노후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에만 의존하는 것도 정답은 아닌 듯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년 납입 시 42%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가입기간이 짧아 12~26%에 머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소득대체율이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연금선진국인 유럽이 요즘 국가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노후를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재정적자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보다 연금이 효자'라는 말이 있듯이 노후의 경제적 준비는 연금이 최고다. 그것도 종신토록 받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공무원으로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선택해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목돈이 있으면 쓸 곳이 생기게 마련이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젊을 때부터 연금에 가입해 잘 키워놓으면 열 자식 부럽지 않게 여유로운 은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그냥 실직일 뿐'이라는 어느 논객의 글귀가 현장감 있게 들린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사장 mdha426@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