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시장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통해 미리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 머크는 2015년까지 전 직원의 14.3%에 해당하는 1만3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머크는 최근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의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했지만 장기 성장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강력한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통신장비회사 시스코는 각각 6500명을 줄이기로 했고,최근 파산한 미국 서점 체인 보더스의 직원 1만700명은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아예 거리로 나앉게 됐다. 모토로라 휴대폰을 생산하는 캐나다 업체 RIM도 2000명을 줄인다.

금융권도 대규모 감원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계 은행 HSBC는 2013년까지 전 직원 중 10%에 해당하는 3만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분기 매출이 1분기 대비 63% 급락하자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1,2위 은행인 UBS(5000명)와 크레디트스위스(2000명)도 감원 계획을 내놨다. 영국 최대 모기지 은행인 로이즈은행은 2014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존 챌린저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 최고경영자(CEO)는 "제약 방위산업 유통 금융 등 업종을 불문하고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직업을 잃은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용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5일 발표 예정인 7월 미국 비농업 신규 고용은 9만명 증가에 그쳐 7월 실업률은 직전월 수준인 9.2%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