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골프를 친 한 증권업계 인사는 그의 캐디백에서 반짝이는 타이틀리스트 아이언을 발견했다. 첫눈에 봐도 새것이었다. 업무뿐만 아니라 운동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보이는 최 부회장을 생각할 때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싱글 골퍼라고 하더라도 시즌 도중 골프채를 바꾸는 건 대부분 주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최 부회장의 스코어는 예전만 못했지만 "손 맛만큼은 최고"라며 타이틀리스트 채를 치켜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사모투자펀드(PEF)-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의 아큐시네트 인수대금 지급을 앞두고 한달 전 타이틀리스트 아이언클럽을 새로 구입했다.

자신뿐만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한 임원의 아이언까지 타이틀리스트로 바꿔줬다. 아큐시네트를 직접 인수한 것은 아니지만 PEF를 통해 한 식구가 된 만큼 그 회사 제품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PEF에 고유자산 1억달러(1100억원)를 투자한 상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아큐시네트 인수계약을 맺자마자 골프채를 타이틀리스트로 바꾸고 타이틀리스트 '예찬론자'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아큐시네트 인수 금융지원 서명식에서 "OB가 나거나 슬라이스가 나는 분은 타이틀리스트로 바꿔보라"며 "두어 달 전에 클럽을 바꿨는데 정말 명품"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 내에서는 골프채는 아니더라도 각종 용품이라도 아큐시네트 제품을 쓰려고 한다. 대부분 직원들은 모자나 옷,신발에 이르기까지 한두 개씩은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최근 구입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4만원 주고 타이틀리스트 모자를 새로 샀다"며 "골프화를 풋조이로 바꾸는 데 부담을 느낀 직원은 신발주머니만이라도 풋조이로 바꾸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미래에셋 직원들이 골프를 같이할 경우 타이틀리스트 로고가 선명한 골프채를 사용하거나 모자를 쓴 것을 보고 서로 놀라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임원들도 타이틀리스트로 골프채를 바꾸는 분위기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손목 인대를 다친 후 골프를 중단했지만,최창훈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골프채를 새롭게 바꿨다. 덕분에 아래 직원들은 윗분들이 쓰던 채를 받아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는 행운을 얻었다. 미래에셋운용의 한 직원은 "골프 클럽이 고가여서 쉽게 바꾸진 못하지만 바꿀 시점이 되면 타이틀리스트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타이틀리스트가 한국인 체형에는 조금 어렵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채를 바꾼 한 임원은 "선수와 싱글 플레이어 사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채로 알고 있다"며 "샤프트가 경량 스틸로 된 채를 구입하긴 했지만 적응이 안돼서인지 다소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내부 직원에 대한 구매 할인 혜택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한 직원은 "직원들이 채 몇 개 더 산다고 회사가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지원이 있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웃음지었다.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아큐시네트 인수대금 전액을 지불하고 인수를 마무리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