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달 24일 치르기로 공식 발의했다. 서울시민은 이 투표에서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올해),중학교(내년)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서울시 유권자 중 3분의 1인 278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 유효 투표의 과반을 넘겨야 주민 의사는 결정된다.

폭우와 수해 속에서 치러지는 투표인데다 향후 정치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히 폭발적일 수 있다는 면에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더구나 오세훈 시장이 속한 한나라당이 최근 복지 포퓰리즘에 입각한 다양한 공약을 무더기로 내놓고 있어 투표 이후의 정치 흐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오 시장의 주장이 서울 시민들로부터 명시적으로 거부되거나 투표함을 열지 못하는 저조한 투표율에 그친다면 정치권은 마치 무상 시리즈가 면허증을 얻은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투표 결과는 향후 한국 정치 지형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종구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이 어제 "이번 주민투표는 사회주의로 가느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킬 것이냐의 분수령"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오세훈 시장의 자세다. 모든 것을 던지지 않는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절대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바탕 위에서 주민투표에 승부수를 던졌어야 마땅하다. 또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이 비록 적극 지원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마뜩잖아 하는 분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대선 구도를 염두에 둔 후보군들이 분열돼 지리멸렬한다면 그 결과는 한나라당과 우파 전체의 파국으로 갈 수도 있다는 면에서 오 시장의 대승적 결단이 절대 필요하다. 서울시장직 사퇴는 물론이고 대선 불출마도 분명히 함으로써 서울시민들이 망설임없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결단할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