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아이마켓코리아(IMK) 지분 전량을 매각,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대기업들의 MRO 사업이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일 MRO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확정,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IMK 지분 58.7%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MRO는 기업의 유지,보수,운영 등에 필요한 공구 · 문구 등 소모성 자재를 대신 구매해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삼성과 LG,포스코 등은 외부에서 구입해야 하는 소모성 자재가 많아 내부적으로 MRO 담당 계열사를 둬 왔다. 삼성은 2002년 12월 IMK를 신설해 주요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 조달을 맡겼다. 하지만 올 들어 '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구유통 문구류 손장갑 등까지 대기업 MRO 계열사가 독점,중소기업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MRO 사업 철수는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결정,이건희 회장의 최종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사업철수 이후에도 주요 계열사와 IMK 간 거래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IMK는 작년 매출 1조5492억원의 83%를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그룹 관계자는 "IMK는 삼성 계열사란 이유로 신규 거래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지분 매각을 계기로)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고 중소기업과 협력해 수익모델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IMK 지분을 어디에 매각하느냐에 쏠린다. IMK의 시가총액이 95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삼성전자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58.7%의 가치는 55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은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등과 IMK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연합 컨소시엄도 인수자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원활한 매각을 위해 지분 인수자가 희망하면 최소한의 IMK 지분은 삼성에서 계속 보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한화그룹의 경우 지난 6월 한화S&C가 MRO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이달부터 관련사업을 중단했다. LG 계열 서브원,SK의 MRO코리아,포스코 계열 엔투비,코오롱의 코리아이플랫폼 등은 공구상협회 등과 신규 MRO 사업을 중소기업으로 확대하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삼성 결정과 관계없이 사업을 이어갈 뜻을 나타냈다. 포스코는 "영업이익률 0.43%에 불과한 데서 보듯 오히려 동반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고 LG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그 방향에 맞춰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