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게 있을까요. 오렌지 빛 모래가 보이고 눈이 내린 것처럼 새하얀 석회석이 마치 다른 세상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그 위를 정신 없이 뛰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해가 뜨거나 질 때는 아름다움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출 정도예요. "

4년 연속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 완주에 성공한 공호성 LG유플러스 서부ENG팀 차장(41 · 사진)은 1일 사막 마라톤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통신 전파가 곳곳에 퍼질 수 있도록 기지국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다.

2008년 사하라 사막 마라톤 260㎞ 구간(6박7일)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260㎞ 구간을,지난해에는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 100㎞ 구간(1박2일)을 완주했다. 지난달 중순엔 중국 고비 사막 260㎞(6박7일) 코스를 달렸다.

42.195㎞를 달리는 정규 마라톤과는 달리 사막 마라톤은 짧게는 이틀(100㎞)에서 길게는 1주일(260㎞)을 내리 뛰어야 완주할 수 있다. 참가비는 300만~400만원 선이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도 타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야 한다. 주최 측에서는 텐트와 약간의 물만 제공한다. 식량 구급약 비상물품 등 모든 짐을 스스로 짊어지고 떠나야 하는 순례자의 여행 같은 길이다.

공 차장이 사막 마라톤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3년 전이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육체적 ·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때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하던 그의 눈에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 소개 배너가 들어왔다. 가로 2㎝×세로 1.5㎝ 크기의 작은 배너가 당시 공 차장의 눈에는 왜 그렇게 크게 보였을까. 그 전에 마라톤을 해본 적도 없는 터였다.

그는 "사막으로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날 저녁 공 차장은 회사 일을 마무리하는 것도 잊은 채 바로 참가서류를 제출하고 훈련 일정을 잡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사하라 사막을 뛰고 있었다.

공 차장은 "사막을 뛰다 보면 극한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극한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작열하는 햇볕에 화상을 입는 건 다반사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사막 모래는 계속 몸에 달라붙어 피부를 상하게 한다. 하루에 100㎞를 가야 하는 마라톤 셋째날에는 골반이나 종아리 근육이 파열될 위험에 처하곤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뒤 일상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눈으로 삶을 보게 된다. 공 차장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사막 마라톤도 뛰었는데 이거 하나 못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광활한 사막을 달리면 시야가 넓어져 공간지각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기지국 설계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공 차장은 사하라 사막,고비 사막에 이어 칠레 아타카마 사막과 남극 마라톤 등 4대 극한 마라톤을 완주하는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세웠다. 내년에는 아타카마 사막 완주에 도전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