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최근 429명의 직원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50명이 새로 지점장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승진인력 중 본부 부서 출신이 10%에 그쳤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최소 20% 이상의 승진자가 본부에서 배출돼 왔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종전까지는 대부분 직원들이 본부 근무를 희망했는데 이번 인사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승진하기 위해 너도나도 영업점에 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영업 중시' 환경으로 바뀐 것은 지난 3월 이순우 행장이 부임한 후다. 역대 두 번째로 내부 승진한 이 행장은 줄곧 "현장 직원들을 우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인사 때 180여명의 본점 인력을 영업점으로 발령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으로 본부부서로 들어온 직원이 130명이니 본부 입장에선 50명이 순유출된 셈이다. 이 행장은 이달 초 본점이 갖고 있던 금리 결정권을 각 영업점에 넘겨줬고 전국 지점장들에게는 태블릿PC를 전달했다. "영업점장은 언제 어디서든 고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행장은 앞으로도 본점과 콜센터 등 본부 인력의 승진 비중을 10% 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현장 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행장은 "올 하반기에는 영업기반 확대를 중점 추진할 것"이라며 "현장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영업 중시형 인사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