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엔고(엔화가치 상승 ) 저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엔화가치가 달러당 76엔대까지 치솟자 일본은행이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 개입과 별도로 시중에 유동성을 푸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지금처럼 엔고가 지속되면 일본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과 공조해 엔고 저지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 유럽 일본 3개국 통화당국자들이 지난달 30,31일 이틀간 긴급 전화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부채협상 타결이 달러 약세를 반전시킬 소재가 못 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온 지난달 31일 엔화가치는 소폭 하락,달러당 77엔대 후반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러나 겨우 하루였다. 1일 새벽 뉴욕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76.29엔까지 다시 반등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76.25엔(3월17일)에 바짝 다가섰다. 유로에 대해서도 엔화가치는 상승해 유로당 108엔에 진입했다. 이날 저녁 발표된 미국의 제조업지수 등이 악화된 게 결정타였다. 미국이 디폴트는 모면했지만 경기의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았다는 게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은 최근 1년 새 벌써 세 번째다. 작년 9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엔가량을 투입해 달러를 매입했고,대지진 직후에는 미국 유럽과 손을 잡고 글로벌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이 이달 4~5일 열리는 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은행이 시중 채권을 사들이는 기금의 규모를 현재 40조엔에서 5조~10조엔가량 증액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