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경기 일산에 이어 대구에서 이달 말부터 '럭셔리 브랜드'를 놓고 진검 승부를 펼친다. 롯데가 9년간 기반을 다지며 장악한 대구의 고급 소비상권 중심지에 현대가 오는 19일 '대구 · 경북지역 최대 럭셔리 백화점'을 표방한 대구점을 여는 것.

지난해 8월 말 롯데 일산점이 독점하던 일산 상권에 현대가 킨텍스점을 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 이어 대구에서도 명품 소비층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 대구점은 대구의 최대 유동상권인 반월당역 인근에 지하 6층~지상 10층,영업면적 5만6198㎡(1만7000평) 규모로 들어선다. 부근에 동아백화점과 대구백화점 본점 등이 있지만 이 점포의 맞상대는 1.5㎞ 떨어진 롯데 대구점이다.

롯데 대구점은 개점 3년 만인 2005년 대구지역 최대 강자였던 대구백화점 프라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이후 줄곧 '쇼핑 1번지'를 지키고 있다. 이 점포의 최대 강점은 명품관 에비뉴엘이 있는 롯데 소공동 본점 못지 않은 명품 구색이다.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구찌 등 특급 브랜드를 비롯해 28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명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롯데백화점 29개 점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 대구점은 대구 · 경북지역 최대 영업면적과 명품브랜드 수 등을 앞세워 내년에 지역 1위 백화점에 오른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영업면적은 롯데 대구점(4만2975㎡)보다 30%가량 넓다. 입점이 확정된 명품브랜드는 60개로 롯데 대구점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에르메스와 티파니,토즈,로로피아나,끌로에,마크제이콥스 등 20개 브랜드는 대구지역 최초로 선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로 들어서는 문화홀(1155㎡ · 600석)도 고급 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핵심 시설이다.

공사 초기부터 회원 모집에 나서 대구 · 경북지역 현대백화점카드 회원 수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한 인프라도 갖췄다. 다만 핵심 전략 브랜드인 루이비통(내년 초)과 에르메스(10월 말)의 입점시기가 개점 이후로 늦춰진 게 단점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문화 · 편의시설과 쇼핑 환경 등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구성해 차원이 다른 쇼핑문화를 선보일 것"이라며 "내년에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 대구점의 작년 매출은 4650억원이었다.

롯데 대구점은 9년간 대구 유통환경과 고객 특성에 맞게 축적해온 영업 노하우 및 편의시설 강화를 통한 '우수고객 지키기' 전략으로 1위를 수성한다는 방침이다. 자동 주차 유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주차장 현대화 공사를 이달 중순께 끝내고 '에비뉴엘 VIP'들을 위한 고급 라운지 2곳을 확대 · 리뉴얼하는 작업도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최근 현대 대구점에 입점하는 명품브랜드 멀버리를 들여왔다.

감도훈 롯데 대구점 영업총괄팀장은 "VIP와 친분이 두터운 판매 인력과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 등은 단기간에 확보될 수 없는 것"이라며 "서비스 개선과 타깃 마케팅 강화를 통해 우수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