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누가 IMK의 새 주인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 1일 삼성전자 · 물산 · 전기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IMK 지분 58.7%를 팔고 MRO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미래전략실 주도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IMK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TFT는 지난주부터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IMK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기준으로 8069억원이다. 삼성 측 보유지분 58.7%를 인수하려면 주식가치만 4700억원,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6000억~700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30%를 인수하더라도 최소 2400억원,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3000억~4000억원이 필요하다.

삼성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부응한다는 매각 취지에 맞춰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원칙적으로 매각 대상에서 뺀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해외 MRO 기업이나 중소기업 유관단체 주도의 컨소시엄 등이 인수후보군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해외 MRO 기업 가운데 미국 그레인저,일본 스미토모그룹 계열 모노타로 등이 IMK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레인저는 작년 매출이 8조1768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1위 MRO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레인저는 2002년 SK네트웍스와 손잡고 MRO코리아라는 합작사를 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그레인저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미토모 계열 모노타로도 거론된다. 삼성과 스미토모가 LED 소재 합작사업을 벌이는 등 돈독한 관계여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MRO를 외부에 맡길 경우 경영 현황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삼성으로선 국내 기업보다는 해외 MRO 전문기업에 파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중견기업이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주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여기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외 MRO에 매각하면 중국 등에서 싼 값에 자재를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중소기업 단체 주도의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도 (컨소시엄이) 현실적으로 수천억원대의 인수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중소기업 단체가 주도해 인수하면 IMK가 일종의 '공사(公社)' 형태가 되는데 다른 MRO 기업과의 형평성 여부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