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사 완전히 망쳤습니다. "

서울 강남지역에 '물 폭탄'이 쏟아진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기가 끊기거나 침수 피해로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가들이 군데군데 몸살을 앓고 있다. 물난리를 겪었던 서초동,대치동,사당역,선릉역 일대 상가들은 손님이 뚝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초동 우성쇼핑센터 지하상가는 아직도 문을 닫고 있다.

◆주요 지하상가는 후유증에 시달려

삼성 서초타운 인근의 우성아파트 모서리에 자리잡은 '우성쇼핑센터'.상가 건물 앞에는 2일 오전에도 지하상가에서 꺼내 놓은 냉장시설과 집기류뿐 아니라 진흙 범벅이 된 생필품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슈퍼마켓 잡화점 가구점 식당 등 여러 점포가 입주했던 지하 1층은 물이 통째로 들어찼던 탓에 폐쇄된 상태에서 한창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망가진 물건을 모두 꺼내 부대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상인은 "과거에도 지하는 가끔 침수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지만 1층까지 물이 찬 것은 처음 봤다"며 "1~2개월 안에 상가가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부순환로 일대가 온통 진흙탕으로 변한 사당역 상권도 몸살을 앓고 있다. 사당역 13번 출구 부근 먹자골목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거리는 마른 흙으로 지저분했다. 5t짜리 트럭과 포클레인이 좁은 골목길을 가로막고 분주하게 폐자재를 치우고 있었다. 유경참치의 한 직원은 "평일 점심에는 주변 사무실 손님으로 가게 전체가 꽉 찼는데 폭우가 온 뒤 한산해졌다"며 "작년 이맘때보다 3분의 1가량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대치동에서는 청실아파트 앞 청실종합상가의 피해 복구가 더딘 편이다. 지난 1일부터 1~4층 상가가 정상 영업에 들어갔지만 지하층 일부는 물폭탄의 여진이 남아 있다. 지하 20여개 점포가 문을 연 반면 990㎡(300평) 크기의 '제이씨마트'는 매장의 상품을 모두 들어내고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제이씨마트 관계자는 "물에 젖은 상품 중 일부는 폐기 처분하고 닦아서 쓸 만한 것은 반품하고 있다"며 "오는 17일 재개장을 목표로 매장을 다시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 · 무지개상가는 정상화

서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서 대치역을 거쳐 도곡역에 이르는 도로변 상점가는 1주일 전 물폭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이다. 은마사거리에서는 지나던 차들이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 이 물이 10여개 입구를 통해 흘러들어간 은마종합상가에선 수마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철야작업을 통해 물을 빼내고 29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 상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작년의 학습효과 덕분에 전체 120여개 점포가 재빨리 복구작업을 마쳤다"며 "A블록은 4~7일,B블록은 7~10일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무지개지하상가도 이날 물건을 다시 들여놓고 있었다. 지하 1층 입구에 있는 킴스마트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진 첫날 바닥에 살짝 물이 찼었는데 바로 제품을 꺼내 복구를 마치고 이날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6~27일 집중호우로 나흘간 물과 전기 공급이 중단돼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던 서울 서초동 우성1차 · 무지개아파트에 전기 · 수도 공급이 2일 정상 재개됐다.

강창동 유통전문/임현우/하헌형/조미현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