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변호사를 벼슬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익명을 요구한 30대 중반의 한 젊은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추진하는 변호사 법복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변호사회는 최근 상임이사회에서 변호사 법복을 제작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하고 시범적으로 50여벌을 만들기로 했다. "변호사의 위상과 법정에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법복착용이 필요하다"는 일부 회원 변호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변호사 법복은 1950~1960년대에도 있었다. 대법원이 1966년 '판사 · 검사 · 변호사 및 법원서기 복제규칙'을 폐지할 때까지 변호사들은 법정에 갈 때마다 법복을 입었다. 이후에는 판사와 검사에 대한 법복 규정만이 따로 만들어졌다. 변호사 법복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규칙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를 45년 만에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변호사회는 지난해에도 법복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 회원 331명 중 과반수인 176명(53.2%)이 반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현재도 많은 변호사들이 법복을 반대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옷을 다르게 입는다고 없던 권위가 생겨나겠느냐"며 "서비스업자인 변호사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위상을 높일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복을 입는 판 · 검사에 대한 열등감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법복 자체의 번거로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변호사들은 "법복을 어디서 갈아입어야 하느냐" "변호사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돈은 어디서 마련하느냐"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변호사회 공보팀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많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며 "별도로 의견수렴을 할지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년 1000명이 배출되던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내년에 25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변호사들은 코 앞에 닥친 생계문제로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회가 권위있어 보이는 옷을 입자는 데 신경을 쓰는 건 생뚱 맞다. 변호사회가 일선 변호사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할 것 같다. 국민 정서도 함께 헤아리면서 말이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