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이 2일 오전 8시부터 9시간 넘도록 불통되는 사고가 발생, 92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적으로 이동통신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갑작스런 데이터 폭증

LG유플러스는 갑작스런 데이터 트래픽(사용량) 증가로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LG유플러스가 처리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이어 세 번째일 정도로 많았다. 평소의 5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트래픽 급증에 대한 원인은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도스(DDoS ·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서 서버 · 장비 고장이나 메신저 프로그램 장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위야 어찌됐든 첨단 통신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가 아침 일찍 발생한 사고 원인을 밤 늦게까지 규명하지 못한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지적이다.

휴대폰의 무선데이터통신은 기지국과의 접속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다시 한 번 접속 요청을 하게 된다. 기지국과 연결이 안되면 그만큼 단말기들이 발신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한다. 기지국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트래픽의 한계를 벗어나면 전체 네트워크가 불통이 된다. LG유플러스가 서비스하는 2세대(2G) 기반의 EV-DO 방식은 음성 · 메시지(SMS)와 데이터통신이 각각 주파수를 나눠 쓴다. 이 때문에 음성과 SMS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디도스 공격 가능성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단순한 사고가 아닐 것"이라며 "디도스 등 악의적인 목적의 공격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 H씨는 "이유 없이 트래픽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거의 대부분 디도스 공격에 의한 것"이라며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도스 공격은 국내에서도 몇 차례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LG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도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디도스가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사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서버에 바이러스를 직접 침투시켜 다운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전국 무선데이터망을 처리하는 중앙교환국이 기기 장애를 일으켰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메신저 프로그램이 과부하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 "피해 보상하겠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이번 데이터 장애로 불편을 겪은 가입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용약관에 "회사는 고객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동안 서비스 장애발생이 총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월정요금을 일할 계산해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는 정액제(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 및 보상 규모를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렵고,아직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 방안을 만드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말했다.



◆ 디도스(DDoS)공격

분산서비스거부 공격.특정 사이트 또는 네트워크를 여러 대의 컴퓨터로 일제히 접속해 마비시키는 공격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디도스 공격은 개인PC나 스마트폰 등을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귀동/이승우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