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한도 확대 협상이 타결된 직후 안도감을 보였던 세계 경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제거됐다는 소식에 반등했던 글로벌 주식시장은 실물지표 악화로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하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급락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미국의 부채 확대가 결국 '약(弱)달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환율 전쟁'에 뛰어들 기세다. 한국은행도 런던 금시장에서 25t의 금을 매입,전 세계적인 인플레(물가상승) 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에서 1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50.9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당초 예상했던 54.5에도 한참 못 미쳤다.

일본은 중앙은행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엔화가 달러당 76엔대까지 치솟자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2일 "현재의 환율 수준을 논평하는 것이 어렵다"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불안이 커지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금리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은 세계 경제에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국은행은 3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금을 사들였다.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을 늘리는 식으로 외환보유액 투자처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금 매입으로 한은의 금 보유량은 14.4t(세계 56위)에서 39.4t(45위)으로 늘었고,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시가 기준)은 0.2%에서 0.7%로 높아졌다. 금 매입 비용은 12억4000만달러로 매입 단가는 1트로이온스(31.1g)당 1540달러가량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금 매입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금 가격이 상승해 외환보유액의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앞으로 늘어나는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활용해 추가로 금을 매입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주용석/박해영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