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대주주가 주가 상승에 편승해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지분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선 것.

대주주가 기업 내부 정보의 정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지분 매도는 해당 기업 주가가 고점을 찍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허우영 우신시스템 사장은 보유주식 206만9328주(지분율 14.78%) 중 25만주(1.78%)를 최근 장내에서 매각했다. 이를 통해 12억여원을 현금화했다.

허 사장의 보유주식은 181만9328주(13%)로 감소했지만 경영권에는 별다를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허 사장의 아버지인 허병하 대표 등 특별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이 여전히 36.74%에 달해서다.
차체 자동용접 라인 설비 전문기업 우신시스템은 얼마전 GM의 인도네시아 공장에 1060만달러 규모의 설비를 납품키로 하는 등 호재가 있었고, 이 덕분에 주가가 지난달 20일 1년 신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허 사장의 지분 매각 등으로 인해 최근 닷새간은 내리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대선 테마주' 아가방컴퍼니 역시 대주주 측 물량이 대거 장내에 나왔다. 이 회사 김욱 회장은 자사 주식 24만주를 지난달 후반 장내 매도해 약 40억원을 손에 쥐었다.

또 손석효 명예회장이 회장 직을 겸직하고 있는 쿼츠라인은 무려 225만주의 아가방컴퍼니 주식을 지난달 쏟아냈다. 손 명예회장은 최근 쿼츠라인에 보유주식 200만주를 증여한 바 있다.

손 명예회장과 김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측은 총 주식의 약 9%에 해당하는 물량을 털어내고도 42.13%(1179만7760주)의 높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 처분 역시 주가 상승이 이유로 풀이된다. 아가방컴퍼니는 작년 말부터 일찌감치 '박근혜 테마'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권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유아 용품을 제조ㆍ판매하는 아가방컴퍼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복지정책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말 3085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최근 1만5000원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7개월여 만에 40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주주의 차익실현 욕구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

이밖에 메타바이오메드의 오석송 회장과 유연춘 전무, 바이오스페이스의 차기철 대표 등 바이오 테마를 형성했던 기업 대주주들도 지난달 보유지분 일부를 처분한 바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