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센터장이 제시하는 급락장 대응전략은?

코스피지수가 미국 경기 우려로 급락, 이틀새 1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3일 2100선과 120일 이동평균선(2087)선을 밑돌며 장을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키워 2050선으로 뒷걸음질쳤다.

미국 부채협상이 타결됐지만 미 연방정부의 지출축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선 미국 민간 소비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경기 침체 우려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3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54포인트(2.90%) 급락한 2059.74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이 이틀째 '팔자'에 나서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된 후 재정지출 압박 우려와 함께 경제지표 부진 등 악재들이 중첩돼 낙관에 대한 베팅했던 시장이 후퇴하는 모습"이라며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6%대로 상승하는 등 그리스 사태 초기와 유사한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았던 또 다른 축인 유럽도 부정적인 상황이란 평가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안이 타결됐지만 공화당이 제시한 안이 통과된 것이 문제"라며 "부채한도 상향보다는 추가 긴축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입장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의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차적으로는 2000선 부근에서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주가수익비율(PER) 9.5배 수준인 2000대 초반을 증시 하단으로 잡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고용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증시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의 더블딥 우려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경기회복 둔화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고, 증시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하방 경직성은 확보됐다"며 "지수가 더 하락한다면 2050선 수준에서 자금 집행여력을 갖춘 연기금 쪽이 지지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주 발표 예정인 민간 부문 고용 지표(미 ADP 민간고용보고서), 7월 실업률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센터장은 "이번 주말까지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매도에 동참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큰 만큼 내수주를 중심으로 대응하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유 상무는 "수출 주도 업종인 자동차, 화학, 정유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는 만큼 내수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며 "금융, 건설, 미디어, 게임, 인터넷, 패션, 유통 등의 내수 업종을 긍정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이후 3개월 관점에선 매수해도 괜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다음주 중국 CPI 발표와 함께 중국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 반등 기대가 커질 수 있어 투자전략과 관심업종의 초점을 중국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라는 펀더멘털(내재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조정인 만큼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정은 미국과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가 이벤트 성격으로 작용해 증시가 하락했던 한달 전, 2주 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라며 "경기란 펀더멘털 우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회복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양 센터장은 "오는 9월까지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중 58% 정도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며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증시의 3대 축 경기상황을 봤을 때, 9월까지 시장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한민수·김효진·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