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1) 경제정책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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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시험 국가공인1호 TESAT
요즘 우리 경제를 보면 온통 물가 이야기뿐이라는 느낌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라면 광고를 잡더니 급기야 경제정책의 주무부처 장관이 물가안정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단다. 현 정부 초기에 정책의 초점이 성장에 치우쳤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같은 반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한구석에 뭔가 거북스런 느낌이 남는다. 성장과 물가를 모두 정치적 이슈화하여 원칙보다는 상황에 이끌리는 미봉책이 남발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1958년 경제학자인 필립스가 100년간의 영국 경제 통계를 근거로 물가와 실업 사이에 존재하는 상충관계(trade off)를 밝혀 낸 이래 경제정책에 있어서 물가안정과 성장(실업의 감소)은 함께 붙잡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때론 물가에,때론 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의 선택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환율을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난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당국의 초점은 경제성장을 제고하는 데 맞춰졌다.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고,정부 지출과 수출을 늘려야 한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항등식인 Y=C+I+G+X-M을 떠올려 보면 아주 쉬운 이야기다.
이 가운데 소비와 투자는 정부가 나서서 어쩔 수 있는 변수가 아니므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출과 수출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의 경우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국책사업이 있으니,수출이 타깃이 되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상승을 용인하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환율은 곧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었고,급기야 키코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성장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공급 측 요인에 의해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물가를 잡는 쪽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환율이다. 물가상승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가 원유를 비롯한 국제 1차 상품 가격 상승이었으므로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통해 수입물가를 잡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수출기업에 빨간불이 되는 상황은 자명하다 하겠다.
돌이켜보면 최근 3~4년간의 환율변동은 성장과 물가 사이를 오가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그 배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환율이 정부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생각에 민감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정책이 정치적 열정보다는 경제원칙의 냉정을 앞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노택선 교수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뒤를 이어 이번 주부터 새로 경제 칼럼을 맡게 된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로 산업혁명기 영국의 성장과 관련한 국제자본이동의 문제를 연구했다. 산업혁명기 영국 경제 변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전쟁,산업혁명,그리고 경제성장''통계와 함께 배우는 경제학''경제학 101' 등의 저서가 있다.
노택선 <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이 같은 반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한구석에 뭔가 거북스런 느낌이 남는다. 성장과 물가를 모두 정치적 이슈화하여 원칙보다는 상황에 이끌리는 미봉책이 남발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1958년 경제학자인 필립스가 100년간의 영국 경제 통계를 근거로 물가와 실업 사이에 존재하는 상충관계(trade off)를 밝혀 낸 이래 경제정책에 있어서 물가안정과 성장(실업의 감소)은 함께 붙잡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때론 물가에,때론 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의 선택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환율을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난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당국의 초점은 경제성장을 제고하는 데 맞춰졌다.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고,정부 지출과 수출을 늘려야 한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항등식인 Y=C+I+G+X-M을 떠올려 보면 아주 쉬운 이야기다.
이 가운데 소비와 투자는 정부가 나서서 어쩔 수 있는 변수가 아니므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출과 수출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의 경우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국책사업이 있으니,수출이 타깃이 되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상승을 용인하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환율은 곧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었고,급기야 키코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성장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공급 측 요인에 의해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물가를 잡는 쪽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환율이다. 물가상승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가 원유를 비롯한 국제 1차 상품 가격 상승이었으므로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통해 수입물가를 잡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수출기업에 빨간불이 되는 상황은 자명하다 하겠다.
돌이켜보면 최근 3~4년간의 환율변동은 성장과 물가 사이를 오가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그 배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환율이 정부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생각에 민감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정책이 정치적 열정보다는 경제원칙의 냉정을 앞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노택선 교수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뒤를 이어 이번 주부터 새로 경제 칼럼을 맡게 된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로 산업혁명기 영국의 성장과 관련한 국제자본이동의 문제를 연구했다. 산업혁명기 영국 경제 변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전쟁,산업혁명,그리고 경제성장''통계와 함께 배우는 경제학''경제학 101' 등의 저서가 있다.
노택선 <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