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번 3ㆍ4분기(4월~6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데에는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 달 20일 발표한 애플의 실적을 보면 아이패드는 3·4분기 중 925만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세 배, 전 분기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고, 아이패드 관련 매출만 60억4600만달러에 달한다.

이날 애플은 3·4분기 전체 매출이 285억7000만달러, 순이익은 73억1000만달러라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82% 늘었고, 순이익도 전년 동기 32억5000만달러에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국내 아이패드ㆍ갤럭시탭 등 태블릿PC 100만대 추산

아이패드는 왜 미국만큼 '폭발'하지 않을까?
반면 국내 시장은 아이패드의 이같은 판매 돌풍 속에서 다소 비껴있다. 아이패드를 포함한 태블릿PC 시장이 기대만큼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11월 도입된 아이패드1ㆍ2는 KT, SK텔레콤, 애플 직영매장 등을 통해 지금까지 50만대 가량이 팔렸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탭7인치의 판매량은 45만대 수준이다. 태블릿PC의 대표격인 두 제품을 합쳐도 판매량 100만대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태블릿PC의 보급으로 노트북PC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관련시장이 건재한 것 또한 국내에서 태블릿PC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시장 조사 기관 한국IDC에서 발표한 2011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PC 출하량은 166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특히 전체 PC 출하량 중 데스크탑 PC는 73만 대, 노트북은 93만 대로 노트북의 비중이 역대 최고인 5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경우 국내 태블릿 시장이 예상만큼 커지지 않자 허니콤(안드로이드 3.0) 기반의 최신 태블릿 '옵티머스 패드'를 아예 국내에서는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에서 태블릿PC 영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마다 꼽는 요인이 다르지만 대체로 우세한 의견은 3가지다.

먼저 한국의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아이폰이 처음 보급된 이후 1년 반 만에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1천500만명을 넘어섰다.

IT컨설팅 업체 로아그룹의 고중걸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사이즈만 좀 더 큰 기기라는 인식의 태블릿PC를 굳이 또 다른 돈을 내면서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특히 해외에서는 태블릿이 PC를 대체할 수 있는 '하우드홀드' 용으로 주로 쓰여지는 데 반해 국내 사용자들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PC(노트북 포함)는 따로 구입하고, 태블릿은 스마트폰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이동하며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데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달 20일 갤럭시탭 10.1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의 70%가 집을 벗어난 외부에서 태블릿PC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중교통(17%), 자가용(9%), 도보(5%) 등 '이동 중 이용'이 31%로 높게 조사됐다. 또 사용자들의 약 64%는 태블릿PC를 멀티미디어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 급증ㆍ킬러 앱 부재가 태블릿 부진 요인

아이패드는 왜 미국만큼 '폭발'하지 않을까?
태블릿PC를 판매하는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만큼 태블릿PC를 판매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데이터 트래픽 과부하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와중에 스마트폰보다 더 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태블릿PC를 판매하는데는 아무래도 부담스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사의 고위 관계자 역시 "태블릿PC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데 반해 시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렇다보니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태블릿PC용 앱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게 되고 이는 킬러 앱 부재로 이어져 판매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태블릿PC를 구매한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쓸만한 앱이 없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태블릿PC는 스마트폰만큼 다양한 생태계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아이패드의 경우 아이폰과 같은 운영체제인 iOS를 쓰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는 허니콤이라는 별도의 OS에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앱 개발자들로선 더욱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용 앱은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들어가기 이전 테스트용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하반기부터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B2B 및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태블릿PC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성장세 못지않게 태블릿도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많은 에코시스템이 개발되고 확대되면 태블릿PC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지난 4일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태블릿PC에 대한 집중적인 사업 육성을 통해 이통사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