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절삭기 등 공작기계 소비가 미국 전체 기업이 쓰는 양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많죠.그런데도 한국 공작기계 업체들은 아직 해외에서 부품을 사다 조립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이젠 고부가가치 기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

독일계 공작기계 업체인 한국트럼프지엠비에이취의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대표(사진)는 3일 "한국은 기계 수요가 많은 이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산 공작기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만 있을 뿐 기술은 낙후돼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어 대표는 "독일은 기계 분야 엔지니어들이 장인 정신을 갖고 일하는 게 기술혁신의 핵심"이라며 "한국에서는 아직도 '엔지니어'하면 손에 녹을 묻혀가며 일하는 3D업종으로만 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자산업 등 제조업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공작기계 성능이 그에 앞서야 한다"며 "잠재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이 분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한국 업체들의 과제이자 국가적인 과제"라고 덧붙였다.

1923년 독일에서 설립된 트럼프(TRUMPF)는 레이저절삭기,용접기 등 공작기계 제조 업체로 전 세계 34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레이저 절삭기는 전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이 분야 1위 업체다. 1997년 세운 한국 지사는 국내 500여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매년 50% 성장하고 있다.

스토킹어 대표는 "한국은 독특한 시장인 만큼 철저히 현지화된 경영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며 "외국계 기업이지만 120여명의 직원 전부를 한국 현지 인력으로 뽑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들과의 직접적인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의 연례행사인 '선진기술 교류회'에서 공작기계 분야의 대표로 정식 초청받아 삼성전자 측에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쓰이는 최신 레이저 절삭기술을 소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수술용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수술대 등 의료기기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며 국내에서의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