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든 뭐든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 저축은행비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다. 캐나다로 도피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박태규 씨에 대해서도 "못 데려오는 것이냐,안 데려오는 것이냐"는 질책이 이어졌다. 그런데 야당 쪽에서 나온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저축은행 수사가 검찰총수의 중도교체로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간여가 도를 지나치지 않나 싶다. 검찰을 비서 부리 듯해선 곤란하다는 말이다. 무상급식에서 출발한 표(票)퓰리즘이 반값등록금에서 탄력을 받더니 대기업 임원들의 월급봉투와 검찰수사까지 파고드는 형국이다. 한 대검 간부는 과거에는 수사가 '검찰'과 '언론' 투트랙으로 진행됐는데 요즘은 '특검'이 추가됐다고 한다. 수사팀 중 누군가가 "특검이 수사할 때 부실수사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겁니까"라고 한마디 하면 수사방향이 달라진단다. 내시경수사가 불도저수사로 바뀌는 배경이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는지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는 지금까지 여러 의혹제기에 잘 방어해왔다. 대학시절 미식축구를 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가 맡은 포지션은 '타이트엔드'.공격라인 맨 우측에서 온몸으로 수비진을 무너뜨리듯 제기된 의혹에 정면돌파로 승부를 걸었다.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관리를 어떻게 할지다. 4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개인 흠집내기에 몰두하느라 시간만 축낼 게 아니다. 임명권자와의 학연에 얽매일지,아니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낼 수 있을지 철저히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