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이 해외건설 수주 누계액 8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65년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래 중동지역은 물론 동남아 · 미주 등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730여건의 공사를 수행하며 이달 현재 790억달러의 해외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답게 '해외건설 수주 1호'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65년 11월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태국에서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면서 내수시장에 머물러 있던 건설사들의 눈을 해외로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때 습득한 공사 경험과 시공기술은 나중에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물론 중동 건설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는 게 현대 측의 설명이다.

국내 경제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중동특수 역시 현대건설이 주도했다. 1975년 바레인에서 1억3000만달러 규모의 아랍 수리조선소 공사를 수주하며 중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인 1976년 '20세기의 대역사(大役事)'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9억6000만달러에 수주한 데 이어 사우디 해군기지 확장공사,바레인 디플로매트호텔 신축공사,쿠웨이트 슈아이바 항만 확장공사,사우디 아시르 전력화사업공사 등을 줄줄이 따내 성공적으로 완공시켰다.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도 현대건설이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공사로 꼽힌다. 총 연장 7958m에 폭 19.5m의 4차로 교량인 페낭대교는 당시 동양에서는 최장,세계적으로는 세 번째로 긴 다리로 1885년 준공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순수한 와이어로만 설계된 케이블을 현장에서 제작해 설치하는 신공법을 도입해 국내의 교량기술을 진일보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페낭대교는 1986년 미국 컨설팅엔지어링협회가 주관한 연례 '엔지니어링 우수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1990년대 이후 해외건설 부문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확보했다. 특히 이란 사우스파 지역에서 당시로는 최대 규모인 총 26억달러 규모의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사인 초대형 가스 처리시설 공사를 따내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세계 최단기간인 35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준공해 국내외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 일부 업체들이 독점해왔던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공사(GTL)를 국내 기업 최초로 카타르에서 수주했고,지난해에는 110억달러의 해외 수주를 달성해 단일업체로는 최초로 '100억달러 돌파'시대를 열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해외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부문 매출 비중도 지난해 50%에서 올해는 60%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엔지니어링과 구매 비중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해 37% 수준이던 엔지니어링과 구매 비중을 올해는 50%로 늘려 잡았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