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이 확정되기 전에 주민들로부터 받은 설립동의서로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승인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구역 확정 전 주민동의서부터 받아 추진위를 설립하는 방식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배모씨 등 10명이 "추진위원회 승인처분은 무효"라며 서울시 동대문구청장과 이문2재정비촉진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소송의 쟁점은 위원회가 설립동의서를 받을 당시 예상했던 정비구역과 2007년 6월 계획안 공람공고로 최종 확정된 정비구역의 면적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구역 확정 전에 받은 설립동의서를 근거로 행정청이 내준 추진위 승인이 유효한지였다.

추진위는 2006년부터 서울시 이문3동 일대 20만7940.9㎡(토지 소유자 1212명)가 정비구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설립동의서를 받았으나,이 중 대부분이 제외되고 제3의 지역이 추가돼 최종 구역은 9만8497㎡(소유자 769명)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추진위는 정비구역에 최종 포함된 토지 소유자의 동의서를 추려 제출,승인을 받았다.

재판부는 "추진위가 당초 예정한 사업구역과 최종 확정된 사업구역은 일부만 동일하기 때문에 같은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며 "추진위가 20만7940.9㎡에서 정비사업이 실시된다는 전제로 받은 동의서 347장은 추진위 설립 동의가 아니며,이 동의서를 바탕으로 한 추진위 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승인 등 행정처분을 무효로 돌리려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 한다"며 "승인처분이 위법하긴 하지만 당시 관련 법리가 명확하지 않은 등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내려진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 최광석 변호사는 "사업구역이 확정되기도 전에 동의서를 먼저 받아 추진위를 설립하는 방식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결"이라며 "승인처분 무효 확인소송이 아니라 취소 청구소송으로 가면 추진위 설립승인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법원 판례상 행정처분 무효 판결은 취소 판결보다 요건이 까다롭다.

1심은 정비구역 확정 전 받은 동의서는 효력이 없다며 승인도 무효라 판결했으나 2심은 동의서에 하자가 있긴 하지만 행정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