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ED렌즈 분야 1위 애니캐스팅…'색띠' 없는 LED렌즈, LGㆍ도요타서 '러브콜'
2일 찾은 경남 김해 애니캐스팅의 LED(발광다이오드) 렌즈 생산공장 연구소에서는 백라이트유닛(BLU · LED TV 패널 뒤편에 들어가는 광원)용 렌즈 개발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이 회사의 김성빈 대표(43)는 "LED 렌즈 분야 기술 개발을 위해 석 · 박사급 인재들이 똘똘 뭉쳐 있는 보물 창고"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이 회사엔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딴 후 LS전선 선임연구원을 거친 김 대표와 삼성전자의 생활 가전 분야 상무를 역임한 부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연구소,현대 · 기아자동차 연구소 출신 인재들이 모여있다.

중국 톈진시 거리의 가로등,내년에 출시될 기아자동차 신형모델에 들어갈 LED 전조등 렌즈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있다. 2001년 설립돼 직원 80명의 작은 업체지만 자체 기술로 국내 LED 렌즈 업계를 이끌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김 대표는 "고질적인 색띠 불량(옐로 링)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광을 낼 수 있게 한 '나노 패턴 기술'로 LED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LED는 원래 푸른빛을 띠기 때문에 그동안 흰색(자연광)을 내기 위해 보통 렌즈와 LED 광원 사이에 형광 물질을 발라왔는 데 형광물질 탓에 빛 테두리에 노란색이 비치는 색띠 불량이 해결과제로 남았다.

애니캐스팅은 표면에 정밀한 무늬를 그려넣어 빛의 파장을 바꿔 색띠 불량을 없애는 렌즈를 내놓으면서 업계의 고정관념을 깼다. 나노패턴 렌즈를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서 이 회사 한 곳뿐이다.

이 같은 렌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의 틀이 되는 금형 자체에 원하는 형태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온도 제어 장치를 독점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 장치는 금형 곳곳의 온도를 조절해 플라스틱의 수축,팽창 정도를 정교하게 제어한다.

그는 "석 · 박사 시절 개발했던 금형 주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의 원리를 응용한 기기"라며 "50~500㎚(나노미터)의 정밀한 패턴을 금형에 그려넣는 작업부터,일반적으로 성형이 어렵다고 알려진 70㎜ 이상 두께의 대형 렌즈까지 성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력 덕분에 LG,일본 도요타자동차,스즈키 등 고객사가 꾸준히 늘어났고 설립 후 수년간 수천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26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LED 업체를 공략하기 위해 현재 100여종인 범용 렌즈군을 200여종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연구 ·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태양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2015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광학 분야의 노하우로 트래커(집광판 태양 추적장치) 없이도 빛을 모으는 저가의 이동형 태양광 모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