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4) "세수 줄어 구청살림 어렵다"…수해방지 예산부터 절반 깎아
최근 산사태로 18명이 희생된 우면산의 생태공원과 등산로 등을 관리하는 서초구가 올해 사전수해방지를 위해 책정한 예산(재난치수 예산)은 128억784만원.지난해 예산 261억3364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서초구청 측은 "재산세의 50%를 서울시에 납부하면서 구청 전체 예산이 700억여원 줄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작년 702억6000여만원이던 복지예산은 올해는 712억3000여만원으로 더 늘었다. 복지부문은 항목도 추가해 무료아이돌보미 사업에 9억8696만원을 책정했다.

한 해 동안 쓸 돈이 줄어든 구청 측이 생색내기 좋은 복지부문 예산은 오히려 늘렸고,눈에 잘 띄지 않는 재난 대비 등 인프라 구축비용은 삭감했다는 얘기다.

강병화 한국방재협회장는 "자치구가 노후한 배수시설 교체나 산사태 방지 관련 자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복지 예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기형적인 예산 배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부 '물폭탄'] (4) "세수 줄어 구청살림 어렵다"…수해방지 예산부터 절반 깎아
서울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사태를 중간에 막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방댐은 서울시내 71곳 절개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방댐 건설을 위한 예산은 올해도 전혀 없다. 우면산 참사가 터지자 부랴부랴 내년에 우면산,남산,대모산에 사방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올해 타당성 용역과 설계 용역에 1억2000만원을 배정했다. 사방댐 1006개를 산사태 우려지역 곳곳에 설치해 이번 집중호우를 무사히 넘긴 강원도와는 판이한 대응이다.

서울시는 산하 연구기관의 제안도 무시했다. 서울시의 도시개발을 총설계하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은 2008년 시에 기상이변에 따른 돌발 강우 대비책을 제시했다. 2001년과 2006년 서울의 재산피해가 300억원,사망자 42명 발생 등으로 침수 피해가 거의 매년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한 정책 제안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3년 전의 충고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 올해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하수도 특별회계 1181억원 △재난관리기금 2194억원 △일반회계 61억원을 합한 3436억원.지난해(3412억원)에 비해 24억원 늘었다. 하지만 수해 사전 방지를 위한 성격이 짙은 일반회계(61억원) 예산은 2009년 99억원,2010년 86억원으로 오히려 줄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립에 4200억원,한강르네상스 사업에 5400억원을 집행하고 있다. 정작 도시안전 문제는 소홀한 채 겉치레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예산이 얼마 필요하냐가 아니라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며 "디자인도시도 '방재'라는 기본 개념을 깔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일/하헌형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