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료 행위와 의약품 등을 묶어 건강보험수가를 계산하는 '포괄수가제'가 확대된다. 각각의 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따로 적용하는 기존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 진료를 초래해 건강보험 재정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3일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방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맹장수술 항문수술 등 7개 질병군에서 병·의원의 80% 가량에 적용해온 포괄수가제를 2014년까지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일부 고가급여 항목에 한해 행위별 수가를 별도 인정하는 '신포괄수가제' 대상질병군과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은 포괄수가제와 신포괄수가제의 확대 시행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불제도의 근간이 돼 왔던 행위별수가제는 신의료기술 발전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수가를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진료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과잉 진료와 고가 의료기기 도입 등의 비효율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포괄수가제는 기본적으로 가격(수가)과 수량을 함께 묶어 통제하므로 기존 과잉 진료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까지 단계적 확대

포괄수가제는 현재 맹장(충수)이나 항문수술,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의 70%가 여기에 참여 중이다. 그러나 정작 종합병원의 경우 참여도가 30%를 밑도는 등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포괄수가제(일당 정액제 포함)가 전체 지불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 같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1단계로 병 · 의원급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2단계로 종합병원과 상급 종합병원에까지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고가 의료항목)를 일부 접목시킨 신포괄수가제는 553개 질병군(전체의 96%)에 대해 적용 기관을 꾸준히 늘려가기로 했다. 1단계로 전체 지역거점 공공병원(40개)에 적용하고 2단계로 전체 국 · 공립병원 및 민간 의료기관 중 참여를 원하는 곳까지 확대된다.

이 같은 2단계 로드맵은 2014년까지 모두 완료될 예정이다. 이동욱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015년 이후부터는 2개 모형에 대한 종합 평가를 실시해 통합 모형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재정 안정화…의료계 반발 변수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보장성이 확대되고 장기적으로는 건보 재정이 안정화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실장은 "당초 비급여로 돼 있던 일부 진료 행위가 포괄수가제로 묶이면서 급여화돼 단기적으로 보장성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아울러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줄어들고 전체 수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포괄수가제가 적용된 7개 질병군의 경우 연평균 진료비 증가율이 2.7%로 전체 진료비 증가율(3.3%)보다 낮았다.

복지부는 이번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방안을 내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로 실제 논의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현행 저수가 체제에서 신포괄수가제가 시행될 경우 경영 손실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 행위별수가제

행위별수가제는 의사의 치료 행위 하나하나에 대해 가격을 정해 보상하는 제도다. 현행제도 상 의료행위 총량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과잉 진료를 낳을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포괄수가제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재료,약 등을 포괄적으로 묶어 가격을 산정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