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벌써 '추석선물 냉장 배송'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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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추석에 "선물 상할라"
롯데百, 일반 트럭 냉장차 개조…현대도 냉동차 확보에 총력…이마트, 택시배송 확대 추진
롯데百, 일반 트럭 냉장차 개조…현대도 냉동차 확보에 총력…이마트, 택시배송 확대 추진
2003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빠른 추석(9월12일)으로 인해 유통업체마다 추석선물 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더위가 한창인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배송이 시작되는 만큼 예년에 비해 정육 수산 등 신선식품 선물세트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올 추석에는 상온으로 배송해도 되는 과일 선물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냉장 · 냉동이 필수인 한우 선물 주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유통업체마다 냉장 · 냉동 택배차량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한진택배에 "올 추석 시즌 냉장 · 냉동 차량 수를 작년보다 15% 늘려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남은 차량이 없다"는 것이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이 '여름 추석'에 대비해 앞다퉈 냉장차량 확보전에 뛰어든 탓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진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작년보다 30~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한진택배 측에 냉장차량 확대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증차가 안될 경우에 대비해 '택시 배송 확대'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백화점은 냉장 · 냉동 탑차 수를 작년(400대)보다 100대가량 더 확보했지만,이 정도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일반 택배트럭을 냉장 · 냉동트럭으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짐칸의 가장자리에 아이스팩으로 가득찬 '보랭 텐트'를 친 뒤 그 안에 선물세트를 넣기로 한 것.현대백화점 등에 한우 선물세트를 공급하는 현대그린푸드(300대→500대)와 신세계백화점(180대→220대)도 냉장 · 냉동 탑차 수를 작년보다 늘린 데 이어 추가 확보에 들어갔다.
롯데슈퍼는 비용이 워낙 비싼 탓에 슈퍼마켓 업계는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실시하지 않았던 '100% 냉동 택배' 서비스를 이번 추석에 선보이기로 했다. 한진택배와 계약을 맺고 '쿨테이너(쿨+컨테이너 ·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컨테이너)'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냉동택배 서비스는 냉동차량으로 운반만 할 뿐 물류센터에서의 분류 작업은 상온에서 진행됐지만,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모든 작업을 냉동상태에서 실시하게 된다. 대신 롯데슈퍼는 거리에 관계없이 물품 하나를 배송할 때마다 한진택배 측에 1만2000원씩 주기로 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쿨테이너 이용료가 비싼 만큼 무료배송 범위를 얼마 이상 구매고객으로 정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여름 추석'에 대비해 냉장차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한우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아이스팩 보랭재도 바꾸기로 했다. 겔 형태의 기존 팩 대신에 겔팩보다 5배 비싼 'PCM(Phase Change Material · 단계 변화 물질)' 소재로 이뤄진 팩을 사용키로 한 것이다. 이 팩을 영하 10도로 얼린 뒤 선물세트에 넣으면 24시간 동안 보랭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장 구조도 바꿨다. 한우 선물세트 밑에 있었던 아이스팩을 위로 올려놓은 것.찬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보랭박스와 냉매제를 개선했다. 보랭박스 소재를 고밀도 소재로 교체하는 동시에 겔 형태의 냉매제를 겔과 드라이아이스로 구성된 복합 냉매제로 바꿔 보랭 유지시간을 10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추석'에다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유통업체마다 연일 배송 대책회의를 열고 냉장 · 냉동 탑차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며 "올 추석에는 유통업체들이 콜밴과 택시,퀵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도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