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공포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던 부산항의 크루즈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부산항이 '크루즈선과 비행기 연계 관광객'을 처음으로 맞이하고,기항 횟수를 늘리는 크루즈들이 다시 늘고 있다.

바하마 국적 크루즈선사인 RCCL의 '레전드 오브 더 시즈 호(7만t급)'는 4일 오전 6시께 부산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한 뒤 승객 1800여명(홍콩 승객 800여명) 가운데 일부 홍콩 승객을 승선시키지 않고 오후 4시께 중국 톈진으로 떠났다. 부산에 남은 72명의 홍콩 승객은 관광을 마치고 이날 밤 비행기 편으로 돌아갔다. RCCL은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부산항 기항을 취소했으나 다시 동북아시아 노선을 재개하면서 부산항 입항에 나선 것이다. 올 들어 처음 입항하는 이 크루즈는 올해 말까지 3회 더 부산항을 찾을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부산항의 크루즈선 승객들은 반나절 정도 부산을 관광한 뒤 해당 선박을 통해 귀국했다"며 "이번 크루즈는 배와 비행기를 연계해 관광할 수 있는 노선을 다양하게 운영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유명 선사들이 부산을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크루즈 시장으로 여기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버뮤다 국적의 프린세스 크루즈사도 일본 항만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선 프린세스호(1회)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4회)의 주요 기항지를 부산항으로 바꿔 운항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올해 부산항 입항을 5회에서 10회로 늘렸다.

부산항을 방문한 크루즈는 지난해 77회였으나 올해는 45회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면서 회복조짐을 보였다. 올 상반기는 14척만이 부산항을 방문해 지난해 29척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나 하반기에는 31척이 찾아 지난해 48척을 따라잡는 상황이다. 박호철 부산항만공사 마케팅팀장은 "내년부터 13만 t급 등 대형 크루즈선이 부산항을 정기 입항할 예정"이라며 "부산에도'크루즈선과 비행기 연계 관광'이 일반화되면서 크루즈관광 시대가 본격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