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창업 붐에 미국 정상급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 출신들이 잇따라 가세하고 있다. 이곳 졸업생들은 골드만삭스(GS)로 대표되는 글로벌 투자은행을 1순위로 선호했고 실제로 금융권 진출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신현성 대표 등 와튼스쿨 출신들이 주축이 된 티켓몬스터 성공과 SNS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한 졸업생들이 지난해부터 SNS 벤처를 설립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신 대표와 같은 해 와튼스쿨을 졸업한 김승환 라우드소싱 대표는 금융회사에서 인턴생활을 하다 지난해 벤처창업에 뛰어들었다. 라우드소싱은 SNS를 활용한 디자인 공모전 대행업체로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한 디자인 공모전을 연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이른바 '클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중소기업들이 수준 높은 디자인을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신 대표의 성공이 금융가만 쳐다보던 와튼스쿨 졸업생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다"며 "미국이나 홍콩의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몇몇 동창들도 그만두고 벤처창업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와튼스쿨 동기인 이정배 · 표순규 이츄 공동대표는 지난해 소셜데이팅 서비스 기업인 이츄를 설립했다. 표 대표는 와튼스쿨을 나온 후 매킨지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다가 창업에 나서는 등 신 대표와 동일한 커리어를 밟은 케이스다. 이 대표와 표 대표는 2005년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따로 직장을 다니다가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 창투사 출신의 이 대표는 경영을,개발 경력을 가진 표 대표가 솔루션 개발을 맡는 구도다. 표 대표는 "닷컴버블 당시 연애정보 사이트들은 초기에 큰 인기를 누리다 음란정보 증가로 신뢰성을 잃어 결국 외면 받았다"며 "SNS 세대는 교류에 더 적극적인 만큼 신뢰성과 관리능력을 갖춘다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와튼스쿨을 졸업한 이치형 전 GS 홍콩법인 과장도 하반기 중 소셜게임 벤처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는 "투자사나 컨설팅 업체에 종사하다가 SNS 분야에 도전하는 동문들이 많아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