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 여파로 쓰나미가 도시를 덮치고 전기가 끊긴 틈을 타 피해 지역 곳곳에서 도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진 피해가 심했던 도쿄 미야기현에서만 지진 발생 이후 1주일간 250건이 넘는 도난 신고가 현지 경찰서에 접수됐다.

으레 대규모 지진이나 화재,정전 같은 사건이 터진 직후에는 피해 지역에서 '밤손님'이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서울 경기 지역에 '물폭탄'이 떨어진 지난 7월 말(25~29일) 국내 보안업계 상황실에도 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의 침입 및 도난 신호 접수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났다.

ADT캡스는 이 기간에 침입신고 및 도난감지 신호가 전주 대비 150% 증가했다. 보안시스템이 침수되거나 정전으로 신호가 끊겨도 보안업체 상황실에서는 이를 감지,즉시 출동해 상황을 점검한다.

KT텔레캅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이상 신호 발생 건수는 침입이 전주 대비 53%,침입 이외의 경우가 44% 각각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50% 늘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침입자가 늘어나고 도난 사고가 발생해서라기보다는 고객 집에 설치된 센서 등의 보안기기가 폭우로 침수되거나 낙뢰 등의 충격으로 오작동을 일으켜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풍이나 폭우 땐 비가 많이 오면서 평소보다 신호 접수가 크게 늘어나긴 하지만 이번 장마땐 짧은 시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그 증가폭이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