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어한 건 오래전부터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명계(冥界)의 신 하데스가 '안보이는 자'라는 뜻을 가진 것만 봐도 그렇다. 지상에선 투명모자를 쓰고 있어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 일본 인도에도 신비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씨를 먹으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영국 작가 겸 문명비평가였던 H G 웰스가 소설 '투명인간'을 발표한 건 1897년이다. 인체 세포의 빛을 굴절시켜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약품을 발명한 사나이가 부와 권력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다 파멸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투명'은 그 자체로 힘이다.
투명 망토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시작된 건 1920년대 초다. 러시아 물리학자 이고르 탐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원용해 구부러진 시 · 공간이 마치 렌즈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낸 게 계기가 됐다. 요즘 투명 망토 연구의 핵심은 메타물질이다. 이는 특수 금속이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낸 인공 물질이다. 빛을 반사하거나 투과시키지 않고 물질 주위를 돌아가도록 하는 성질을 지녔다. 그래서 사람 눈에는 메타물질과 그 안의 물체는 보이지 않고 뒷배경만 보인다.
지금까지는 가시광선 중에서도 특별한 파장,일정한 각도에서만 물체를 안보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 버클리대 연구팀이 어떤 방향에서도 해당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메타물질로 만든 망토 표면에 7000개의 미세한 구멍을 일정한 패턴으로 뚫은 게 주효했다. 이들 구멍 속에 질화규소를 채워 빛을 굴절시키고 구멍 내부에서 이동하는 빛의 속도를 변화시켜 망토 뒤의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원리다. 문제는 망토가 너무 작다는 거다.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정도인 폭 0.00061㎜,높이 0.0003㎜의 물체를 가릴 뿐이다.
미래학자이자 SF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은 마술과 구별할 수 없다'고 했다. 투명 망토의 비밀도 조금씩 풀려가는 중이다. 해리 포터에서처럼 큰 망토를 만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마법이 실현되는 건 늘 과학을 통해서라는 게 아이러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