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후너스 주가가 두 달 만에 4배 넘게 뛰어 관심이다.

화학제품, 건자재 등을 해외서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이 회사는 얼마 전 신약 개발사에 팔린 뒤 '바이오 테마주(株)'가 됐다.

아찔한 주가 상승에 공공기관 성격을 지닌 증권 유관기관까지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4일 후너스는 가격제한폭(14.93%)까지 오른 1만1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두 달 전인 지난 6월 초와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은 무려 400%에 이른다.

후너스 주가가 단기간 폭등한 주된 이유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의약품 R&D(연구ㆍ개발)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유아이에 매각됐다.

유아이는 후너스의 최대주주 이영훈 회장과 그 가족들 등으로부터 보유주식 1000만주(지분율 58.26%)를 450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지난 6월 중순 체결했다.

계약금 30억원과 중도금 40억원은 이미 지급했고, 이달 말 신규 경영진 선임 이후 잔금 380억원을 납입한다는 계획이다. 후너스는 이달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유아이 측 인사를 경영진으로 들일 예정이다.

유아이는 안순길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코스닥 기업 이큐스앤자루의 한철규 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안 교수는 종근당에서 신약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폐암치료제 '캄토벨'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한 전 대표도 종근당 연구소 출신으로, 이큐스앤자루를 통해 유아이 지분 약 10% 취득을 주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후너스 주가가 오르는 동안 이큐스앤자루 주가가 동반 급등하기도 했다.

안 교수와 한 전 대표는 유아이를 통해 작년말 일본 신약기업 온콜리스 바이오파마 지분 36.3%를 취득했다. 유아이에 따르면 온콜리스는 다국적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에 인간면역결핍증바이러스(HIV) 치료제 '페스티나비르'를 2억8600만달러를 받고 기술 이전한 경쟁력 있는 바이오 회사다.

유아이는 일단 이 온콜리스 보유지분을 후너스에 넘길 예정이다. 온콜리스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어 상장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후너스의 자회사 형태로 온콜리스를 두겠다는 얘기다.

후너스는 온콜리스 지분 취득을 위해 전일 200억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사모로 발행했다. 이 BW는 표면이자율 '제로', 만기이자율 5%의 이율이 붙었다. 한국증권금융이 100억원, 무림캐피탈 50억원, 신산캐피탈 30억원, 지온인베스트먼트 20억원씩 각각 투자한다.

유아이 관계자는 "온콜리스의 코스닥 특례상장을 추진했지만 일본 기업이어서 사실상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 일반 기업으로 IPO(기업공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와 함께 일본 상장도 추진 중이며 일본 내 주관사도 선정했다"면서 "후너스와 온콜리스의 합병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두 회사의 근거지가 달라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너스가 온콜리스 지분 인수를 위해 발행하는 BW에 공공기관 성격의 한국증권금융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 논란이 예상된다.

증권금융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회사로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증권ㆍ선물사의 투자예탁금은 전액 증권금융이 예치할 정도로 안정성이 중시되는 조직이다.

이런 증권금융이 신용등급 자체가 없을 정도로 리스크를 측정하기 힘든 코스닥 기업에, 그것도 바이오 테마로 묶여 주가가 이미 급등한 기업의 주식연계 사채에 100억원이나 투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후너스의 이번 BW에는 표면이자가 전혀 없어 조건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증권금융 관계자는 "만기이자 5%에 콜(옵션)이 붙어있어 확정수익률은 8.25%에 이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유계정으로 운영하는 자금만 약 4조원이며, 이 자금은 투자위원회가 철저한 심사와 분석을 통해 운용된다"며 "이번 후너스 투자 건은 적법한 절차로 집행됐다"고 강조했다.

증권금융은 고유계정의 채 10%가 안 되는 자금으로 상장사 주식 및 주식연계사채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